본문 바로가기
見聞錄

청평역

by 발비(發飛) 2005. 8. 31.
지난 일요일에 동호회에서 가평 연인산을 갔었다.
잘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이 많이 막힌다
우리 동지들이 눈을 맞춘다
청평에서 내려서 기차를 타고 가자는 것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찬성이다
가는 버스를 세워놓고 동지들은 내렸다.
 
우찌 그리 신이 나던지...
일탈을 즐기러 산에 갔다오면서, 그것도 틀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일탈을 감행한 우리 동지들...
모두 흥분 그 자체다.
(참고로 동지들은 20대초반부터 40대후반까지 모두 11명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흥분의 도가니
 
모두들 계산을 한다.
누구는 10년만이다... 누구는 20년만이다....
그러면서 청평역으로 모두 뛰다 걷다 놀다, 한마디로 한량들이 되었다.
무엇을 하고 사느라
기차타는 것 하나로 이리 즐거운 사람들이 10년. 20년을 잊고 살았을까
흥분한 동지들을 보면서
난 또 초를 친다.
 
"에고~ 사는게 뭔지!!!
날마다 이리 즐겁게 살 길 원할텐데,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텐데.."
 
그러고 주절거렸더니.
 
한 언니 왈... 고마해라!!
그래서 흐음 왈 ... 넵~~
 
그래도 속으로 또 주절거린다
저리 좋은 것을 ... 나도 이리 좋은데...
인간은 역시 쾌락의 동물인 것이여!
 
누가 그들을 다음날 
넥타이를 매고 힐을 신고 사각건물에서 서류를 들고 다닐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까?
 
 
 
 
 
 
후레쉬를 터트리지 않았다.
나중에 밝기조절을 한 것이다.
캄캄하던 것이 고르게 밝아졌다.
 
후레쉬를 터트리면 저 멀리 가로등은 나오지 않는다.
가까운 곳만 더 밝게 보일 뿐 저 멀리 눈으로 보이는 것을 빛이 막아버린다.
어둡지만, 저 멀리 작은 불빛
내 눈으로 봤던 불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내가 본데로 캄캄, 그리고 반짝이는 불빛.
 
청평역.
조그마한 역
변함이 없는 역이다.

 

 
이상하다.
옛날 역사에선 철길에 내려 설 생각도 못했는데,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들 철길레위를 위를 걸어본다.
이건 뭐지?
지금 하면 안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철도에서 낭만분위기 자아내라고 눈을 감아준것인지.
난 난생처음으로 살아있는 철길 레일 위에 엉덩이를 붙여 보았다.
 
울림을 느끼고 싶었지만,
내가 앉았을땐 그 울림은 없었다.
 
어느 영화에선가 어느 드라마에선가
주인공 아이가 철길에 동전하나를 올려놓고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기차가 지나간 다음 뜨겁게 납작해진 동전을 호호 불며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
나도 그거 한 번 해 보고 싶었는데...
 
무슨 모양일까?
동그랗게 납작해질까?
아니면 자유분방하게 납작해질까?
 
그거 한 번 해 보고 싶었는데...
 
 

 
 
 
끝없는 레일이다.
가로등길과 레일과 자갈이 모두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들도 일제히 뒤를 돌아 내가 보는 방향으로 끝없이 뻗어나가고 있다.
 
앞 뒤 앞 뒤
연신 몸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해도
순식간에 잘도 바꾼다
동으로 서로
끝없는 레일이다.
밤이라서 더욱 길어진 철길이다
 
저 레일처럼 지금 이 곳 서울에서도 나의 앞 뒤에 레일이 깔려 있어
내가 도는 곳 마다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그래서 그 길만 따라가면 어떤 이쁜 역사 하나쯤은 꼭 나오는 그런
그런 레일하나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지금이라도 사무실을 나가 내 눈 앞에 깔린 레일을 따라
이쁘고 작은 간이역 하나쯤은 꼭 있을 그 레일을 따라 가고 싶다.
 
왜 이 곳엔 레일이 없는 것일까?
 
눈을 감아도 없을까?


 
 
동지 중의 한 명이다.
어둠속에서 카메라를 누르고 있군.
내가 어둠을 즐기며 놓치지 않으려 사진을 찍는데, 그런 나를 찍고 있다.
서로를 찍고 있는 꼴이다.
 
웃긴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은 같은 것을 본다는 것
그리고 마주 한다는 것은 마주한 사람을 본다는 것.
너무나 간단한 일같지만, 그런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누구든 마주 본 적은 별로 없는 듯 싶다.
 
저 동지와 마주한 순간에도 카메라가 앞을 가리고 있군
만약 카메라가 없었다면, 저리 마주하고 있을 수 있었을까?
그래도 한량동지인데...
그러지 않는 것이 이상한 건데..
 
우리는 이상한 모양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분명하다.
저 동지의 사진 속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도 카메라가 내 얼굴을 가리고 있겠지.
결국 둘다 보지 않으려하고 있는 것이 되는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얼굴 마주 보고 어찌 생겼나 잘 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럼 좋을텐데.
난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병이 있지만, 그렇게 마주한다면
잘 기억할텐데..
 
동지야!
앞으로는 카메라를 놓고 얼굴을 마주하자.
이 글을 볼 일이 없겠지만, 놀 때 만나는 한량동지!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연착이 되었단다.
연착이 되었는데, 또 연착이다.
자동차 문명이 가져다 준 좋은점.
기차가 1.20분 늦는 것쯤은 무조건 용서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도로에게 막히는 차들에 단단히 단련된 우리는 기차가 10분쯤 연착하는 일은 껌씹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 되었다.
정말 그랬다.
누구도 시계를 보는 이는 없었다.
그냥 여기 저기 앉아
이곳 저곳 어슬렁 거리며 시원한 여름 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저기 선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앉아 있는 내 친구는 산행을 한  뒤 다리가 아픈 모양이다
연신 카메라를 누르고 있는 동지는 아직 팔팔하구나.
 
난 맞은편 레일위에 엉덩이 척 붙이고 앉아 사람들을 본다.
사각 앵글에 그들을 가두어 두고 뭘 하고 있나 살펴보고 있다.
 
난 관찰자시점
그렇지만, 전지적은 아니고 난 항상 그녀 3인칭 시점으로 그들을 보고 있다.

 
 
 
기차가 왔다.
정말 그랬다.
처음 무궁화 기차가 나왔을 때의 때깔은 어디로 가고,
사진을 보고 서야 알았지만, 에고 저 균열들...
비둘기는 사라지고 무궁화가 비둘기를 대신하고 있다.
무궁화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로 가장 좋은 기차의 이름을 땄구만 시간이 무섭긴 하다.
그리 말지.
차라리 다른 이름을 붙일 걸 잘 못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생명이 있는 것
자라는 것
시간이 지나서 더욱 좋아지는 것
그런 것들에게 이름이 붙여지는 것과
 유한한 것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궁화도 이리 될 수 있는데,
그 때는 이것이 제일 좋았지만, 지금은 새마을도 있고 KTX도 있는데,
무궁화는 에고...
 
그래서 나의 이름이 맘에 안 든다.
실명 거론은 그렇지만, 애 같은 이름말고 누구나 나이를 먹는 것이니깐
그럴 때믈 대비해서 좀 무식한(?)이름, 아니다. 좀 낮은(?) 이것도 아니다.
순이  옥이. 영이. 이런 이름...
그런게 더 좋은데,,,,
 
하지만, 무궁화열차의 안은 역시 무궁화였다. 좋았다는 것이지.
화장실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두 입석이었으므로,
일부는 객차안에 일부는 나를 포함한 일부는 화장실 앞에
결정적으로 요즘 객차문은 자동이다.
 닫혔다 열렸다, 그럴때마다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다.
 
문이 열리면hi!!
  문이 닫히면 bye!!
 
청평역에서 청량리까지의 아주 긴 여행을 했다
 
기차 타 보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난 5년만!!!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찾기  (0) 2005.09.05
아름다운 가게  (0) 2005.09.05
보라색에서  (0) 2005.08.19
꼭 달력사진  (0) 2005.08.18
광복절 기행 1  (0) 2005.08.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