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見聞錄

광복절 기행 1

by 발비(發飛) 2005. 8. 17.

-밤나무길 신부님을 만나러 갔다-

 

 

새벽에 출발을 했다.

모두 11명이다, 그 중에서 토요일날 갈 수 있는 사람만 미리 선두조로 출발을 했다.

난 과감히 선두에 출발하기로 결정하고 뒤에 말씀을 드리고... 당근 거짓말을 했다.

 

가고자 하는 곳은 속초였는데,

일찍 출발하는 우리팀이 미리 계획을 짜기를 불영계곡쪽으로 가기로 했단다.

 

번뜩 스치는 생각.

봉화 밤나무길 신부님께 잠깐 들러서 가자는..

언젠가 신부님이 계신 우곡성지에 이 친구들과 같이 가고  싶었는데,,,

일단 구경을 시켜주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다행이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신부님께 갔다. 거의 한 달만에 또 뵙는 것이었다.

무지 반갑게 우리는 만났다.

서로 소개를 시켜드리고 앉아서 신부님의 농담을 들으며...웃으며...

 

바다로 놀러간다고 말씀 드렸다.

그랬더니, 신부님께서 깊숙이 들어있던 안동소주를 챙겨주신다. 그것도 조옥화안동소주로.ㅎ

놀러가서 좋은 술 마시라신다. 수박도 큰 것으로 한 덩이...이건 안주!

 

난 감동했다.

친구들과 같이 가서,

신부님이 자상히 챙겨주시는 정을 받으니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아이처럼 그랬다.

 

 

----사람으로 채워지고 있는 나의 옹이들!

      나의 부실함으로 옹이는 여기저기, 옹이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차고 앉아있다.

      나라는 나무에 빈틈없이 끼어들어 어느새 나의 살이 되어 편안하다.

      미끈한 나무가 될 날이 있겠지!

      신부님 덕분에 내가 가진 옹이를 볼 수 있었고, 그 옹이 속에 당신이 들어앉으셨다.

 

 

 

울진으로 출발...

 

 

 

-불영계곡, 그리고 불영사-

 

자수정 동굴이라는 곳을 갔다.

구경만했다.

사람들이 돈을 벌 궁리를 하는 것에 머리를 무지 쓴다 싶었다.

그런 면에서는 부적응자인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난 항상 이방인 같은 생각이 든다. 浮杓!!!

 

그리고 불영계곡. 그리고 불영사.

내가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3년전과는 변해있었다.

불영계곡은 태풍피해이후 아주 매끈하게 보톡스시술을 했다.

계곡이라는 느낌보다는 도시 가운데에 있는 개천 같았다. 너무나 매끈했다.

 

그리고 불영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두손으로 눈의 양쪽을 가린다면 여전히 아름다웠다.

옆으로 절건물을 몇 개나 지었다. 필요하겠지.. 그렇겠지 싶었다.

그것과 같이 연못은 더 깨끗이 관리되고 있어서 그 곳에 핀 연꽃이 멋있었다.

 

 

----------------몇 년전에 불영사를 갔을 때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은 무지 다르다.

                        그것을 좋다고 해야하나? 나쁘다고 해야하나?

                        변하는 것은 울림이 항상 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변했다.

                       모습이 변했듯 불영사 너의 모습도 변했다.

                       두 마리의 거북만은 이끼로 살이 찌고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변하겠지.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변하겠지.

                        불영사처럼 나처럼!!!

 

-흙밟기-

 

난 아주 아주 얇은 슬리퍼를 신고 갔었다.

발이 매우 불편해서 난 아예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그런데 흙을 디디면서 마치 시멘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밟아서 그런가? 왜 이렇게 흙인데 딱딱한 것일까?

 

 

난 흙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흙바닥은 딱딱하다. 모래가 아니니까

그런데

난 너무 오랫동안 맨발로 걸어보지 않아서 잊었던 것이다. 모래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

흙은 부드러울 것이다라고 알고 있는 것

그런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착각 속에 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깐

딱딱한 흙바닥을 맨발로 걸어서 불영사를 돌았다.

무지 더운 날이었지만, 기분좋게 적당히 즐기며 웃으며,, 좋았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더운 날, 땡볕을 걸어도 옆에 같이 걷는 사람에 따라 그냥 인정하고 긍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지 무지 가까운 사이가 아니데도 그런 편안한 감정을 느끼는데

영원히 함께 할 사람이 그런 편안한 상대라면,, 음~ 좋겠다.

무지 더운 날 걸으면서도 농담이 가능한.. 그런~

이것 또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겠지.

우리는 더운 날 걸었고, 사진을 찍었고, 아이스케키도 먹었다.

 

그리고 속초에 갔다.

 

-기다림 그리고 안동소주-

 

두번째 팀이 거의 다 도착할 즈음이 되고, 우린 저녁준비를 하고, 기다린다.

얼마의 기다림. 그리고 그들이 왔다!

입은 먹으며, 서로의 온 길의 이야기 한다.

맛있게 먹었다. 목살바베큐,된장찌게! 그리고 우리들이 온 길이야기.

우린 서로 다른 길로 와서 한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들과 내가.. 같이

 

아직 한 명이 도착하지 않았다. 기다린다.

혼자서 얼마나 툴툴거리며 올까 생각하면서...

신부님께 받은 안동소주는 그 친구가 오면 같이 마시기로 하고...

난 지켰다.의리를 지키고자 했다.

그런데 너무 늦게 도착한다.

하나 둘씩 픽픽 쓰러져 자러가고. 세 명만 남았다.

 

친구가 왔다.

밀려서 죽는 줄 알았다고 씩씩거리며,,,하지만 안다.

차가 밀려서라기보다, 혼자서 오는 길이 너무 심심했을 것이다.

 

난 안동소주가 있다고 자랑을 했고, 다같이 먹을 거라고.... 중얼거리는데,

그때도 의리를 지켜야 한 건데, 난 약간의 알코올때문에 유혹에 넘어말았다.

유혹 그리고 옆길은 감정을 상승시킨다.

일탈과 이탈은 나보다 나의 감정이 고도 1m쯤은 더 높이 올라가 있는 것이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그 새벽 깨어 있던 사람만이 휘발성 소주를 마셨다.

대단한 안동소주,

목에 넘어갈 것이 없었다.

한마디로 바로 코로 입으로 휘발되어 공기 중으로 가버렸다.

코로 입으로 바로 공기중에 기화되는 것을 느꼈다.

약간의 찬기운이 돌면서 공기중으로 사라졌다. 알코올이다

 

소주도 마시고, 그의 배가 되는 안동소주도 마시고...

내가 점점 독해진다. 그 점은 맘에 든다.

그리고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리고 감사했다.

술꾼의 피를 넘겨주신 것에 감사한다.

 

자면 안된다.보라색을 보아야 한다. 세상이 보라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아야 한다.

보랏빛 새벽을 보러 나왔다.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을 꼭 해야 한다. 보랏빛바다... 2편에 계속~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라색에서  (0) 2005.08.19
꼭 달력사진  (0) 2005.08.18
도명산을 아시나요?  (0) 2005.08.06
구름..안개낀 지리산  (0) 2005.07.31
지리산 야생화  (0) 2005.07.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