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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노추산에서 만난 선생님

by 발비(發飛) 2005. 6. 9.
 
노추산 계곡에는 무당개구리가 무지 많았습니다.
개구리를 본 지가 얼마만인지... 물론 뱀도 있구요,
(아침 텐트앞으로 뱀이 휙 지나가는 걸 잡았거든요.. 제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뱀이 많은 이유는 개구리가 많아서더군요.
곳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개구리들 천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좀 민망하였는데,
홀로 있는 개구리보다는 저렇게 함께 하는 개구리가 더 많아서 나중에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한창 사랑을 나누는데 엎드려 카메라를 대고 있는 제가 좀 뻔뻔스럽긴 했지만,
사람들이 사랑을 나눌때 하늘도 지켜보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것도 먹이사슬처럼 관람사슬이 있나보다 그랬지요.
아무튼 수많은 개구리들을 헤집고 계곡탐사를 나섰습니다.
 
 
 
저 게슴츠레한 눈.
맙소사!
누군가 제가 찍은 사진을 보더니... 그럽니다.
"여자가 말이야!"
사람의 잣대로 보면 여자가 말이야지만,
바로 저 개구리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일상적인 것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람의 마음에 악이 없었다면,
아니면 아담과 이브가 하느님의 말씀만 어기지 않았다면
우리도 저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럼 저 동물들의 짝짓기는 착한 생명에게 주는 상인데 , 그럼 우리 인간은 열등생.
당연 그런 것 같습니다.
열등생들이 모여서 물질이라는 욕심이라는 깍뚜기들을 형님으로 모시고 사는 우리들.
예쁜 개구리들..
계곡을 한 바퀴돌고 돌아오는 길.
작은 웅덩이에서 뭔가 뽀글뽀글거립니다.
하얀 거품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올챙이들이 가득.. 정말 가득
 
 
한동안 또 엎드려서 올챙이들을 구경합니다.
어린 올챙이들은 헤엄을 치고 다닙니다.
그런데 좀 큰 올챙이들은 훈련중이더군요.
지금 사진에서 보이시나요?
좀 윗쪽 부분에 하얗게 물위로 내밀고 있는 입들이 말입니다.
좀 큰 올챙이들은 입을 연신 물위에 내밀고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 올챙이의 얇은 피부밑으로는 개구리의 무늬가 어른 거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뒷다리도 앞다리도 나오지 않은 올챙이가 제 껍질 속에 개구리의 무늬를 길러내고 있습니다
몸을 아예 세워두고 입은 밖에 내밀고 그렇게 어른이 될 연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작은 올챙이가 자신의 변신
그것도 물과 공기라는 그 큰 차이를 극복하려고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입으로 공기에 대한 적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 한 참을 들여다보다가. 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습니다.
전 전환이 잘 안됩니다.
식성이든, 아니면 다니는 거리이든, 신던 신발이던
그것이 바뀌면 한 참을 헤맵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지요.
뭐야... 난 한 곳에 몰입하기를 좋아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바보!
올챙이만도 못한 바보!
사람은 물에서 살다가 공기중에 살만큼의 변화를 겪을까요?
아닐 것 같아요.
사람의 환경이 변해봐야 먹고 숨쉬고 하는 것의 방법이 변하지는 않을텐데.
올챙이와 개구리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게 되는 건데.
묵묵히 저 작고 동그란 몸을 위로 세우고 입으로 숨을 쉬는 연습을 하는 모습이라니...
그 입이 하얗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라니
물 속에 담그어져 있는 곳은 부풀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속에서 공기중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들은 부풀어오룹니다.
저 올챙이들의 입들이 하얗게 부풀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지켜보았던 그 시간동안 계속해서 물위로 입을 내밀고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 물 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작은 올챙이들도  물 밖으로 입을 내밀고
숨을 쉬는 연습을 하고 있겠지요.
적어도 다음단계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 지를 아는 개구리와 올챙이...
다음 단계를 아는 개구리와 올챙이들.
노추산에서 만난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있는 착한 생명들이었습니다.
다음단계를 아는 개구리에게 한 번 물어볼 껄.
나의 다음단계 혹 연습해 두어야 할 것이 뭔지 아느냐고...
알면 좀 가르쳐달라고 물어나보고 올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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