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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노추산 계곡의 그림자 이야기

by 발비(發飛) 2005. 6. 8.


노추산 계곡 모래벌에서 자라는 풀꽃들이다.

모래위에서 자라는 풀들이 오죽하리.

가늘게 가늘게 자라고 있었는데, 계곡 바람이 크게 불때마다 온 몸이 마구 흔들린다.

흔들릴때 내가 발견한 것은 홀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그림자가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풀포기는 작은데 아침 햇살에 비친 그림자는 길기도 하다.

길게 뻗어있는 그림자가 마치 서너배는 되는 듯 싶다

그래서 풀이 바람에 잠시 흔들려도 그림자는 그 긴 키로 휘청거리면 흔들린다.

풀보다 더 긴 튼실한 그림자를 가진 풀이다.



 
더 선명한 색을 가진 그림자.
바위에 비춰진 그림자가 짙다.
초록보다 짙다.
풀은 돌에다 자신을 투영시키며 다른 색으로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생명을 가지 폴포기가 색이 변한다면,
짙은 그림자로 변하지 않는 색을 만들어 두는 듯 싶었다.
짙고 선명한 그림자.
풀보다도 더 선명한 그림자
그 그림자가 풀 대신 따뜻히 데워진 바위에 기대어 잠들려고 한다.
풀이 자신의 그림자가 부러운 듯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있다
 
 
 
 
모래위에 네 잎 풀.
세개만 보이는 풀과 달리 그림자에는 네개가 선명히 보인다.
그림자 밑으로 촉촉히 젖은 모래.
아마 풀뿌리가 물들을 모으고 있는 중인가보다.
이니면 풀의 그림자가 아예 모래와 만나 물의 기득권을 놓고 담판을 짓고 있는지
 
그림자...
그들은 그렇다.
자신과 키가 같아지는 ,
자신에서 나온 것이지만, 하루의 단 한 순간만이 그림자와 자신의 같아진다.
나와 그림자가 같아지는 그 순간.
난 그림자를 향해 뛰어 들어가고 싶다.
나에게 딱 맞는 그림자라는 옷을 입고 싶다.
그러고 싶다.
그림자와 하루에 한 번 나와 딱 같은 순간을 그 시간을 ....
그 시간을 놓치지 말고 들여다보면
난 어떤 크기의 사람이며 난 어찌 생긴 사람이며
난 어디로 기울어져 있으며
나와 딱 맞는 그림자가 생기는 그 시간을 알 수있다면 난 두 손모으고
나의 그림자를 들여다봐야지. 그런데 딱 한 순간이겠지. 찰라겠지.
 
햇빛에 비춰진 나의 그림자를 언제 보았지.
기억이 없다.
오늘은 한 번쯤 내 그림자를 찾아봐야겠다.
내 발에 붙어있기나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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