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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파지 하나를 얼른 챙겨 퇴근했다

by 발비(發飛) 2005. 5. 24.

바로 이런 재미이다.

나오는데...

우리 공장에서 나온 파지는 아니고

인쇄소에서 딸려 온 듯 싶은 낯선 활자.

(활자도 낯설다는 것을 이해할 지 모르겠네..)

 

일단은 두드린다. 난 지금 너무 좋으니깐.

 

 

조용한 밤에 마음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대답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십시요....

훌륭하고 빛나는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숱하게 많은 형편에

독자적인 것을 나타내자면 보다 힘차고 성숙한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당신의 생활이 비록 빈약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을 탓하지 말고

평범한 생활이 갖는 퐁요로움을 끌어낼 수 있는 시인이 못되는 자신을 탓하십시오. ...

창조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 하며,

모든 것을 가지 자신 속에서나 그 자신과 하나가 된 자연 속에서 찾아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끝으로 다시 한번 충고할 것이 있다면,

조용하고 진지하게 당신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라는 것입니다.

-릴케 [젊은 시인에게]

 

 

아~~~~~~~~

내가 이 종이를 줍자말자 눈에 띤 것은, 내가 열광한 것은

조용한 밤에 마음 밑바닥에서 .....

바로 이 말이다.

나의 주절거림은 마음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가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뭔가 이야기를 하는데, 난 들을 수가 없었다.

나의 손이 대신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판위에서 나의 손이 미리 계획하거나

나의 머리가 미리 계획하거나 그런 일은 없다.

나에게 활자나 무엇이 와서 박히면, 뭔가 찌릿하다.

그럼 나에게 무슨 신호가 오는 것이다. 그런데 모른다

무슨 뜻인지... 그럼 손에게 맡긴다.

그리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면, 마치 통역관처럼 손은 내 속에서 하고 있는 말들을

나에게 보여준다. 다시 활자로 ....

지금 릴케는 들어보라고 한다.

난 열심히 들을려고 한다.

난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몰랐는데, 릴케의 저 말이 뭔가 나에게 말해주는 듯하다.

릴케의 책을 사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가 누구지?

독일 시인?

그 다음은 .... 이렇게 날카로운 충고를 할 수 있는 사람.

무엇을 하기위해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가를 알기 위해

주절거린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봐야지... 흐음타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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