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은 새끼줄 잇듯이 그렇게 연결되어
좀처럼 끝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때 친했던 친구집에 따라 간 적이 있었다.
친구집은 세를 들어 살고 있었는데, 그 주인집에 아주 큰 창고 같은 것이 있었다
어린 생각에 무지무지 큰 창고..
그 곳에 덜렁 놓여있는 것은 동그라미모양의 기계하나.
그리고 사방으로는 볏짚들.
지방소도시, 그리고 그나마 주택가였는데, 그 가운데 그런 곳이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다.
아무튼 그 곳은 새끼줄 공장이었다.
주인할아버지는 동그란 기계에 볏짚을 넣기만 하면,
기계는 하염없이 새끼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번 넣으면 왼쪽으로 가고, 다시 한 번 넣으면 오른 쪽으로 가고
그래서 새끼줄은 거의 내 키만해 질때까지 동그랗게 또아리를 만들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삼 오늘 떠올랐다.
새끼줄처럼 그렇게 이어지는 삶,
끊을 수 없도록 계속해서 돌아가고 짚들이 내 삶으로 들어오고
난 새끼줄을 자아내고. 그럼 또 짚이 들어오고 또 새끼줄을 만들어내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커다란 새끼줄더미가 되어 있는 것.
무슨 이야기냐고?
퇴근 길. 6시 넘어 퇴근하면서 주은 파지에 릴케의 말이 있었다.
아래 아래 처럼...
그 말이 나에게 와 꽃혔다. 그건 참 따뜻한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마치 부드러운 깃털로 만져주는 듯한 그런 말이다.
전설에서 실존의 인물로 나에게 오는 순간, 난 그를 만나기고 했고,
그를 만나는 것은 나에게 징표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매일 매일 어떤 징표를 만나면서 길을 가는 것이니까...
오늘 내가 만난 징표는 릴케일 것이다.
그래서 그 징표인 릴케를 따라 간 것이다. 릴케를 찾아 릴케를 만나러... 인터넷의 지도속으로...
결과적으로 말하면,
난 릴케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런데 릴케가 나에게 길을 안내해주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러가지 책파일이 있는 곳.
(그 곳에서 절망하기는 했지만, 하도 안 읽은 책이 많아서...)
그렇지만 다운을 받아서 읽어간다면, 생각만 해도 부자가 된 기분이다.
몇 시간동안 다운을 받았다. 부자가 된 듯 하다.
릴케.
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를 따라 나섰더니, 나에겐 보물을 찾은 것이 되었다.
새끼줄처럼,
이어지고 이어지는 인과관계들....
나라는 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릴케를 오늘 제본소 바닥에서 주워
전철을 타고 오는 내내 좋았고, 그리고 더 기쁜 일이...내가 찾고 싶던 곳으로 데려다 준 알
어느새 한타래를 감아둔 기분이다....
나의 새끼줄...
문득 삶이라는 것은 어릴 적 내가 보았던 공장의 새끼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끝나간다.
모두들 한 마디씩 늘었을 것이다. 오늘이다. 오늘은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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