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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살아간다는 것은 새끼줄 잇듯이 그렇게...

by 발비(發飛) 2005. 5. 24.

살아간다는 것은 새끼줄 잇듯이 그렇게 연결되어

좀처럼 끝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때 친했던 친구집에 따라 간 적이 있었다.

친구집은 세를 들어 살고 있었는데, 그 주인집에 아주 큰 창고 같은 것이 있었다

어린 생각에 무지무지 큰 창고..

그 곳에 덜렁 놓여있는 것은 동그라미모양의 기계하나.

그리고 사방으로는 볏짚들.

지방소도시, 그리고 그나마 주택가였는데, 그 가운데 그런 곳이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다.

아무튼 그 곳은 새끼줄 공장이었다.

주인할아버지는 동그란 기계에 볏짚을 넣기만 하면,

기계는 하염없이 새끼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번 넣으면 왼쪽으로 가고, 다시 한 번 넣으면 오른 쪽으로 가고

그래서 새끼줄은 거의 내 키만해 질때까지 동그랗게 또아리를 만들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삼 오늘 떠올랐다.

 

새끼줄처럼 그렇게 이어지는 삶,

끊을 수 없도록 계속해서 돌아가고 짚들이 내 삶으로 들어오고

난 새끼줄을 자아내고. 그럼 또 짚이 들어오고 또 새끼줄을 만들어내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커다란 새끼줄더미가 되어 있는 것.

 

무슨 이야기냐고?

 

퇴근 길. 6시 넘어 퇴근하면서 주은 파지에 릴케의 말이 있었다.

아래 아래 처럼...

그 말이 나에게 와 꽃혔다. 그건 참 따뜻한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마치 부드러운 깃털로 만져주는 듯한 그런 말이다.

전설에서 실존의 인물로 나에게 오는 순간, 난 그를 만나기고 했고,

그를 만나는 것은 나에게 징표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매일 매일 어떤 징표를 만나면서 길을 가는 것이니까...

오늘 내가 만난 징표는 릴케일 것이다.

그래서 그 징표인 릴케를 따라 간 것이다. 릴케를 찾아 릴케를 만나러... 인터넷의 지도속으로...

 

결과적으로 말하면,

난 릴케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런데 릴케가 나에게 길을 안내해주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러가지 책파일이 있는 곳.

(그 곳에서 절망하기는 했지만, 하도 안 읽은 책이 많아서...)

그렇지만 다운을 받아서 읽어간다면, 생각만 해도 부자가 된 기분이다.

몇 시간동안 다운을 받았다. 부자가 된 듯 하다.

릴케.

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를 따라 나섰더니, 나에겐 보물을 찾은 것이 되었다.

 

새끼줄처럼,

이어지고 이어지는 인과관계들....

나라는 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릴케를 오늘 제본소 바닥에서 주워

전철을 타고 오는 내내 좋았고, 그리고 더 기쁜 일이...내가 찾고 싶던 곳으로 데려다 준 알

어느새 한타래를 감아둔 기분이다....

나의 새끼줄...

 

문득 삶이라는 것은 어릴 적 내가 보았던 공장의 새끼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끝나간다.

 

모두들 한 마디씩 늘었을 것이다. 오늘이다. 오늘은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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