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먹은 밥이 체했는지 머리가 쿡쿡 쑤셨어요.
두개골까지 흔들리면서요.
점심시간에 점심을 거르고, 책상에 엎드려 있기로 했지요.
내가 책상에 엎드렸을 때 이미 책상은 흔들리고 있는 거 있지요.
난 오늘 아침밥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이 책상은 도대체 언제부터 흔들리고 떨고 있었던 걸까요?
20미터 밖에 있는 기계가 흔들릴때마다 저도 흔들렸던 것일까요?.
정합기가 흔들리면 저도 흔들리고
컨테이너 벨트가 흔들리면 저도 흔들리고
밴딩기가 흔들리면, 저도 흔들리고
책 실으러 온 트럭이 왔을때도 흔들렸던 걸까요?
하지만 그냥 넘어갑니다.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이 작은 흔들림. 지금은 떨림이라고 해야 할 것 같군요.
네 발로 서서 그 곳에 버티고 있는 줄만 알았었는데.
이리도 바들바들 떨고 있다니...
책상이 떨고 있었습니다.
작은 울림에도 제 온 몸을 싣고 있었던 것입니다.
머리 아프다고 엎드린 책상에
책상이랑 나랑 머리를 맞대고 마주 엎드렸어요.
한참을 그렇게 대고 있었더니 책상도 나도 흔들림이 가라 앉더라구요.
책상도 내가 꾹 눌러주자 가는 떨림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나도 책상에 엎드려 기대고 있으니,나의 흔들림이 사라졌고
무엇때문에 흔들렸는지 그런 것은 서로 묻지도 않고,
그저 머리를 맞대고 있었을 뿐이예요. 온 몸에 힘을 빼고 기대는 거지요.
아셨나요?
멀쩡한 듯 서 있는 책상에 얼굴을 갖다 대어 보면, 책상도 떨고 있었다는 걸
자주 떨리는 분이 있으시다면 책상에다 얼굴을 갖다 대고 한동안 계셔보세요.
거짓말처럼 떨림이 사라지고, 책상도 더는 떨지 않아요.
단, 떨림의 이유를 묻지 말아야 해요 . 아무생각없이 온 몸을 기대기만 하면 돼요.
얼굴을, 머리를 서로 맞대고 있으면
만약 떨리는 이유를 다그친다면, 책상도 혹은 묻는 자신도 더 크게 흐느끼고 말걸요.
지금은
책상이 웃는 것 같아요. 아니 떨리지 않는 건 분명해요.
서로의 떨림을 잡아 준 뒤 멀리서도 책상이랑 눈이 마주쳐요. 정말인데...
지금도 눈이 마주치는데..
저랑나랑 머리 맞대로 있은 뒤로 쭈욱 나를 보고 있는데요.
마 음 두 기 나 름 아 닌 가 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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