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6시가 퇴근이라고 하고..
누구는 6시가 퇴근시간이긴 하지만, 철야도 하고...
그런데, 난 왠만하면 6시30분에 퇴근을 한다.
바쁠 때 먼저 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어 미안하기도 하지만,
야근을 하고 나면, 자꾸 다니기 싫어진다.
다니기 싫어진다고 안 다녀도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럼 난 몇 배나 혼자서 생각을 한다.
난 제본소를 좋아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안 다니게 된다면 ...아~ 싫다.
그래서 난 좀 뻔뻔할 때도 있지만 6시30분에 주로 퇴근을 한다..
이제 사장님도 그런 나를 이해하는 것 같아 좋다.
그런데
오늘 늦게 퇴근했다. 한 시간이나 7시40분...
왜?
가제본이 있었거든..
가제본이 있는 날은 참 재미있다.
기계가 척척 돌아가서 만드는 책이 아니라, 가제본은 딱 한권을 만드는 것이기때문에
수작업을 한다.
종이를 자르는 것을 빼고는...
손으로 풀을 붙이고 책끈을 붙이고, 합지를 대고, 면지를 붙이고...
겉싸개를 싸고... 물론 싸개 밑에 얇은 종이를 대지는 않는다.
그렇게 가제본을 하고나면,
책이 웃긴다.
책장들은 가지런하지 않고 좀은 삐뚤고, 싸개도 좀 우둘투둘하고,
그런 가제본된 책을 보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다.
마치 살아있는 무엇을 보는 마음이다.
요즈음은 가제본을 잘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에 거의 실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가제본은 책에 있을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를 잡기 위해서인데..
요즈음은 제본 전 단계가 거의 컴퓨터나 기계가 하기 때문에 이 공정이 필요없단다.
오늘은 일이 없어서...
화보밖에 없어서 공장이 조용하니까 ... 사장님이 외근 다녀오신 후
고객서비스차원에서 한 번 만들어보자고 하셨다.
괜히 책 한 권을 만들어 오토바이 퀵으로 출판사에 보냈다.
아마 사장님도 이 작업을 좋아하시나보다.
좋아하지 않으면 괜히 가제본을 하지는 않을테니까...
그런 점이 좋다...
하지만, 혼났다...
내가 기념으로 갖고 싶다고,, 한 권만 더 만들어서 나 주시면 안되냐고 했다가...
그랬다가 혼났다.
"철 안든 소리만 하니까 일이 안 는다고..."
그러면서 잔소리 추가
"파지 읽는 시간있으면, 기계옆에서 기계를 한 번 더 봐라"
흐음~~~
그래서 꼬리 내리고,
풀냄새 풀풀나는 정겨운 가제본. 오토바이 아저씨에게 고이 전해드리고,
출판사에 전화걸어 보내드렸습니다.. 하고 인사했다
마치 잠시 키운 아이보내듯이....
가제본
그렇게 가제본 될 수 있는 종이가 부러웠다.
책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한 번 해보는 것.
출판사에서는 볼 것이다. 가제본을 보면 거의 모든 출판사가 하나 이상은 수정을 한다.
색깔이든 목차든 형식이든....
그렇게 볼 수 있는 것,
전체를 볼 수 있는 것.
나도 한 번 가제본을 해보면 어떨까?
나의 크기를 일단 만들고
페이지 수를 정하고
목차를 놓고.
배열을 하고
그리고 면지의 색과 재질을 정하고
표지도 결정해서...
때로는 신비한 모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친근한 모드로 갈 것인지..
여러 실험을 하고 난 뒤
나의 본문과 가장 비슷한 분위기의 색으로 표지를 만들고 책을 만든다면.
나라는 책은 ......만족스럽겠지?
이렇게 말하면서... 절대 그런 일은 없어... 내 가슴속에서 쿵쿵 두드린다.
절대 그런 일은 없어, 누구도 그런 사람은 없어... 내 가슴이 나를 두드린다.
정신 차려...모두 똑 같애....내 가슴이 콕콕 찔러댄다.
겁이 많으니까 그런 생각이나 하지.... 내 가슴이 아는구나.
가제본한 책을 부러워하면서, 가제본한 책을 갖고 싶어하면서,
난 이 주절거림이 좋다.
왜냐면, 주절거리는 것은 내가 나를 이해시키는 과정이니까.
주절거리다보면 내가 이해가 되니까 내가 왜 그런 건지...
난 그래서 주절거린다...
ㅋ
가제본한 책, 그래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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