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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파지는 파지인데...느긋하다?

by 발비(發飛) 2005. 5. 23.

공장에 기계가 멈춘다는 건 너무 싫다.

서있는 기계들은 놀고 있는 사람보다 더 싫다.

사람은 말이라도 하지만, 기계는 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오늘은 화보를 잘라 놓는 일 밖에는 없었다.

양장이라

화보부분만 정합해서 양장준비 해 놓는 것으로 일이 끝나버렸다.

조용하기는 한데...

기계가 돌아가지 않으면, 파지도 적게 나온다.

그리고 파지가 적게 나오면, 내가 주절거릴 거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쥐어 줘야만 이야기 할 수 있는 나...

아무 것도 없는 데서는 주절거릴 수도 없군.

 

마치 뭐 마려운 똥개처럼 이리저리 쪼대면서 다닌다.

내 눈은 항상 바닥을 훑으며,,,

어디 기계사이에 끼인 파지 없다.

만약 기계사이에 끼인 파지가 있다면, 이건 순전히 나에게 주는 계시일거라고 암시를 하면서....

아마 월요일이라서 그런가보다..

깨끗이 청소해서 끼인 것도 없다.

아마 어제 사모님이랑 사장님이 다녀가셨나보다. 아무 것도 없다.

 

사무실을 둘러본다.

뭐 없나~~~~,

기계소리도 멈췄다. 김과 공장장님은 잡담 중. 사장님은 부재 중.

아마 내일 아침 인쇄에서 넘어올 때까지는 조용할 듯...

 

킁킁거리며 다니는 나... 신문이라도 보자.

불안증인가보다.

잘 만들어진 책은 안 보고 싶고,, 맨날 파지쪼가리만 보고 싶으니, 그것만 재미있으니...

 

신문 무슨 신문이더라?

아마 조선 아니면 동아

사장님은 극보수파니까... 난 모르고...

 

아무튼 신문

눈에 띄는 대로 잡아서 주절거리기...

 

"인생은 누구에게나 촛불 한 개씩 이다. 양쪽에서 불을 붙여서 태우면 당장 더 밝기야 하겠지만,

하지만, 그만큼 일찍 소진해 버릴것이다."

-강인선 칼럼 @ 워싱턴 DC

 

브라질 대통령궁에 취재를 갔다가 기다리는 시간동안의 이야기이다.

 

1.대통령궁에 웨이터같은 사람들이 물과 차를 대접한단다... 기다림의 시간이 자연스러움.

                                                                                차 마시며 마냥 기다림

2.기다림을 괴로워하니까 통역관이 위에 있는 빨간 말을 했단다...그냥 기다리면 된다고.

 

3.브라질에는 일회용 종이컵을 쓰지 않는단다....미국처럼 괜히 바쁜 척하면 길에서 마시지

                                                                않는단다. 그것도 종이컵으로는 더욱 더,

 

 

그렇군.. 브라질은 그렇군.

축구할 때보면 무지 급해 보이는데, 기다리는 것은 또 잘하나보다. 오해하고 있었군.

저 칼럼이 아니면, 브라질 사람들이 그리 느긋한지 몰랐을 것이다.

 

느긋....?

말하고 보니 그것도 아니다. 느긋?

 

느긋하다......뭔가 올 것을 알고 있다?

                  기다리면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확신하므로 기다린다?

                  긍정적인 마음이다?

                  웃는 모습이 같이 연상된다.

 

느긋은 말하다보니, 그냥 느리다는것이 아니라. 여유있는 그릇이다.

좀만 담으면 넘치는 작은 그릇이 아니라, 넉넉한 대접같은 양푼같은 그런거다.

무엇이 담겨도 담을 수 있는...

근데 개들은 뭘 믿고 그렇게 느긋한 거지?

하기사 남미 인디언들이 만만치 않지....

남미의 뿌리... 그 흙속에 묻힌 기운이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느긋함은 그들을 견디게 만들 것 같다.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은 기다리는 것이 오지 않아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기다리지 못하는 자신때문에 자폭하는 것이니까

난 그랬으니까...자폭

 

브라질 사람들은 자폭은 없겠다. 느긋하니까

자폭 전담녀...나...

오늘 파지에서 내린 계시가 아니라, 신문 한 귀퉁이에서 다른 모습으로 계시를..ㅎㅎ

신은 변화무쌍하다...

 

이상한 여자가 되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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