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률화백의 그림이다.
얼마전 그의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이 그림의 제목은 알 수 없었다
여기는 어떠니?
내가 붙인 제목이다.
-여기는 어떠니?-
'나 너를 가지고 싶어.'
'내 손 안에 넣고, 나만 만지게 하고 싶어'
'여기는 어떠니?'
'커다란 해바라기'
'꿀도 꽃가루도 씨도 니가 원하는 것 다 줄께'
'가는 막대위에 앉아 있는 널 '
'볼 수가 없어'
'여기는 어떠니?'
'여기?'
파랗던 새벽부터 노란 저녁까지 잠자리가 내게 건너오길 바랬다.
커다랗고 넓은 해바라기 한 송이 들고서 내게 오기를 기다렸다
손을 뻗어 잡으려면 잡을 수야 있겠지만
건너오기를 기다린다.
잠자리는 수많은 눈으로 나를 보기만 한다.
아닌데...
그런 눈으로 보면 안되는데....
잠자리의 눈동자가 하나였다면, 나에게 왔을 것이다.
잠자리의 수많은 눈이 내가 아닌 나를 보고 있다.
박항률화백의 그림을 내 맘대로 본다.
난 하나인데
세상이라는 큰 거인은 수많은 눈으로 나를 본다.
거인은 사람의 수만큼의 눈을 가지고 있다
수천 수만 수억의 눈으로 보는 나는 굴절되고 겹치고
그들은 나를 제대로 맞춘적이 없었다.
저 잠자리가 나를 보는 세상이라는 거인의 눈을 가졌다.
그래서 잠자리는 내게 오지 않는다
언제나 수백수천개의 눈으로 나를 관찰하기만 한다
내 눈을 감는다.
세상의 눈하나를 줄여준다.
빙빙돌아 어지럽던 세상이 고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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