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되면 산소엘 갔었다.
산지기(그때는 그렇게 불렀었다)아저씨네 까지 제사지낼 음식을
나누어 들고 간다.
어렸던 나도, 어렸던 동생도, 어렸던 오빠도..
젊었던 엄마도 젊었던 아버지도 모두 나누어들고 산지기아저씨네까지 간다.
키작은 산지기 아저씨는 우리가 들고 온 제물들을 지게에 담아 지신다.
항상 그 분은 그랬다. 내가 기억하기 시작해서 기억날 때까지.
그럼 자유였다, 마음대로 산으로 올라갔었다.
맨 먼저 엄청 높은 할아버지... 그 분께는 절만 했다
그리고 한단계씩 내려오면서 음식이 차려진다.
그런데...
아주 높은 할아버지 산소에는 할미꽃이 없었다.
이끼 긴 상석과 비석...
할미꽃은 없었다. 민들레도 없었다.
우리 할아버지 산소옆에는 할미꽃이 피었었다.
우리 할머니 산소에도 할미꽃이 피어있었다.
할미꽃은 항상 산소 옆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었다.
추석이 아니면 만날 수 없었던 전설속의 꽃이 할미꽃이었다.
난 이야기속에서만 나오는 할미꽃을 추석때마다 보았었다.
산지기아저씨의 무거운 지게따윈 관심도 없이 할미꽃을 보았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갸우뚱 한 것은 할미꽃은 꺽을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할미꽃이라서 그런가...
할미꽃을 보고 내려오면 그날의 일은 다 끝난 것이었다.
아주 높은 할아버지산소에는 없는 꽃이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만은 피어있던 꽃.
할미꽃은 사람의 기운을 먹고 사는 꽃인가보다.
지금즈음이면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할미꽃은 피어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
가본지가 너무 오래다..
그런데 이장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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