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daum.net/kts6251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내가 13살때부터 20년정도를 살았던 집.
산 중턱에 있던 집.
내 방 창을 열면 지금즈음이면 아카시아나무만 보였다.
산 중턱이라 아카시아나무를 자르지 않고 집을 지어서..
창문을 열면 저렇게 아카시아 나무만 보였었고,
아카시아냄새만 났었다.
주렁주렁 열리던 아카시아꽃.
나의 사춘기시절
밤이 되면 아카시아나무 옆으로 수은등이 켜졌다.
(수은등은 내가 중학교때 처음으로 생겼었다
그 전에는 하얀 형광등 가로등이었는데,
중2때 바뀐 수은등은 아주 빨갛게 보였었다.
난 그 수운가로등 아래에서 내 손을 보기를 즐겼었다.
손은 빨갛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좀은 파란색처럼 보였었다.)
수은등이 켜지는 밤이면 저 하얀 아카시아 꽃들은 빨갛게 물들고
향은 더욱 짙어졌었다.
그 아래 있으면,
아름드리 아카시아나무 그 아래 있으면,
세상이 달라졌다.
깊은 새벽, 아무도 몰래 방을 빠져나와
철대문 소리를 죽여가며 빠져나와 서 있는 가로등아래.
그건 나에겐 모험이었다
내가 즐기는 최대의 도전같은 것이었다.
언제 누군가가 나타나기만 하면 뛰어들어갈 수 있도록 철대문을 열어두고,
그 콩딱거림...
아카시아 냄새.
그리고 불빛
열려진 대문, 밖에서 보는 불켜진 내방.
그런 것들은 나를 항상 콩닥거리게 했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계절이면 난 밤마다 내 방을 탈출했고,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방으로 들어가면
난 마치 세상을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세상을 내가 발견한 그런 느낌이었다.
오늘 우연히 아카시아 꽃을 보고 그때가 생각났다.
아마 난 몇 년동안은 아카시아가 피는 계절이면 그랬던 것 같다
꽉 차는 그런 마음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단지 사춘기였던거구나 싶지만,
향이 아주 좋다.
지금도 코끝에 그 향이 남아있는 듯하다.
아주 짙은 향기.
그 향이 지금 나에게 남아있을까?
남아 있었으면, 그리고 향을 내가 맡을 수 있었으면....
밤이 깊었다.
지금쯤 그 동네 그 가로등아래 가면 아카시아가 있을까?
밤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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