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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내 방에서는 그랬었다

by 발비(發飛) 2005. 5. 23.

 

 

http://blog.daum.net/kts6251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내가 13살때부터 20년정도를 살았던 집.

산 중턱에 있던 집.

내 방 창을 열면 지금즈음이면 아카시아나무만 보였다.

산 중턱이라 아카시아나무를 자르지 않고 집을 지어서..

창문을 열면 저렇게 아카시아 나무만 보였었고,

아카시아냄새만 났었다.

주렁주렁 열리던 아카시아꽃.

 

나의 사춘기시절

밤이 되면 아카시아나무 옆으로 수은등이 켜졌다.

(수은등은 내가 중학교때 처음으로 생겼었다

그 전에는 하얀 형광등 가로등이었는데,

중2때 바뀐 수은등은 아주 빨갛게 보였었다.

난 그 수운가로등 아래에서 내 손을 보기를 즐겼었다.

손은 빨갛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좀은 파란색처럼 보였었다.)

수은등이 켜지는 밤이면 저 하얀 아카시아 꽃들은 빨갛게 물들고

향은 더욱 짙어졌었다.

그 아래 있으면,

아름드리 아카시아나무 그 아래 있으면,

세상이 달라졌다.

깊은 새벽, 아무도 몰래 방을 빠져나와

철대문 소리를 죽여가며 빠져나와 서 있는 가로등아래.

그건 나에겐 모험이었다

내가 즐기는 최대의 도전같은 것이었다.

언제 누군가가 나타나기만 하면 뛰어들어갈 수 있도록 철대문을 열어두고,

그 콩딱거림...

아카시아 냄새.

그리고 불빛

열려진 대문, 밖에서 보는 불켜진 내방.

그런 것들은 나를 항상 콩닥거리게 했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계절이면 난 밤마다 내 방을 탈출했고,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방으로 들어가면

난 마치 세상을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세상을 내가 발견한 그런 느낌이었다.

 

오늘 우연히 아카시아 꽃을 보고 그때가 생각났다.

아마 난 몇 년동안은 아카시아가 피는 계절이면 그랬던 것 같다

꽉 차는 그런 마음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단지 사춘기였던거구나 싶지만,

향이 아주 좋다.

 

지금도 코끝에 그 향이 남아있는 듯하다.

아주 짙은 향기.

 

그 향이 지금 나에게 남아있을까?

남아 있었으면, 그리고 향을 내가 맡을 수 있었으면....

 

밤이 깊었다.

지금쯤 그 동네 그 가로등아래 가면 아카시아가 있을까?

밤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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