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비어있는 것들 중에 가장 비어서 쓸쓸해 보이는 것은 달팽이집과 사람의 집
일 것이다. 달팽이집도 한번 떠나면 다시는 누구도 이사오지 않는 집이고 사람의 집도 한 번 떠나버리면 다시 오지 않고..
김기덕감독은 짧은 시간에 돈을 적게 들여 좋은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감독이 이승연을 캐스팅한 이유를 알듯하기도 하다. 뭐라고 설명하긴 좀 이상하지만...
전직모델인것같다.
지나치게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 편집증에 의처증을 가진 남편, 그래서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
빈집만 찾아다니며 생활하는 그, 도둑이 아니라 노동으로 대여비를 대신하며 살아가는 그
그 빈 사람들이 만났다.
빈 것들이 만나 서로의 비어있음을 알아본다.
그리고 빈 것들은 없는 것이므로 자신의 빈 것을 타인에게도 빈 것으로 보일때라야만
그들은 살 수 있다.
자신의 존재가 없을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자신의 육체를 숨겨서 자유를 얻는 사람들
무엇이 그들을 섞일 수 없게 만든 것일까. 그 이야기는 감독이 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뒤 문득 명동거리가 생각이 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고 어깨를 집고, 무리를 지어 다닌다.
그들은 누구이고, 그들사이에서 지금도 숨어있을 비어있는 이들은 또 누구일까
전방을 향하고 있는 내 눈이 지금도 내 뒤에 숨어있을 어떤 이를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꾸만 뒤돌아 볼 일이다.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수상작을 받고서 내보이던 눈이 생각난다.
눈을 달고 싶다. 그리고 눈을 피하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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