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나 광대한 우주를 향해 유영하는 우주선 위로 내레이션이 흐른다. 1977년 여름 나사가 쏘아보낸 우주탐사선 보이저호, 그 안에는 사진과 음향을 담은 레코드가 실려 있었다. 50개의 언어로 된 메시지와 지구의 다양한 소리들 그리고 음악… 그 중 20세기 미국을 대표해서 실려있는 노래 한 곡 “다크 워즈 더 나이트”. 내레이션의 주인공은 이 노래를 부른 블루스 가수 블라인드 윌리 존슨이다. 20세기 초에 태어나 신을 위한 노래만을 부르다 세월 속에 묻힌 블루스 음악의 선구자. 그의 노래와 인생 그리고 블루스 이야기가 내레이션과 함께 펼쳐진다.
-블루스에 대한 기억-
내의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신촌블루스] [한영애]의 노래가 블루스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신촌블루스]의 쟈켓에 짙은 마치 2월의 바닷빛같은 파란색이 차가웠던 기억...
블루스를 들으러 영화관을 찾았다.
두통과 복통으로 산행을 포기하고 들어가면 이틀동안 안 나올것이 분명한 집으로 가기전에
음악을 들으며 한판 쉬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쉬었다.
-영화-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요즘 다큐멘터리 영화가 많이 눈에 띈다.
[진실]이 필요한 시대가 오나 보다.
지어내는 것들, 그리고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염증,
이제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다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으므로
만들 수 없는 삶이나 역사가 더 절실한 시대가 된 듯하다.
로봇청소기가 나왔다고 해도, 로보트가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고 해도
밖에서 가스불을 끌 수 있다고 해도 심드렁하던 나의 마음이 진짜-다큐에서 아프고 기쁘고
심장이 움직인다.
-블루스-
음악을 잘 모른다. 블루스를 당연히 모른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자막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자막에서 블루스 곡들의 번역을 해 주었기때문에 무엇을 노래하는지 같이 느낄 수 있었다.
블루스는 음으로 듣는다기 보다는 노랫말로 듣는것이 더 큰 것 같았다.
지금의 대중음악들이 거의 그렇지만, 그 뿌리는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인들의 삶이 움직여 그리고 사람들이 움직여
그리고 움직인 곳이 하필이면 세상의 가장 밑바닥이여서
아픔을 느끼게 되고 삶의 고통이나 타인의 고통이나 자연의 고통이나
한 번 다친 사람은 고통에 민감하다.
블루스가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팠던 사람만이 아픈 것들에 대한 진정한 연민을 가질 수 있는 것..
블루스는 같이 아파해주는 노래다.
내 사랑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블루스는 내 사랑 너머 영혼의 사랑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읊조리듯 내어지는 소리가 슬프다.
재즈를 부르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아니면 그 속에 취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름다웠다면,
블루스를 부르는 사람들의 눈은 밖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또한 아름다웠다.
-느낌, 그리고 원하는 것-
맥주 한 잔 마시고 한번 더 보고 싶다.
맥주 한 잔 마시고 영화만 뚫어지게 보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흘러나오는 40여년전의 가객의 노래에 맞춰 손발이라고 리듬을 타고 싶다.
며칠 남지 않은 영화제 기간 동안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음악과
그리고 그것을 찾아낸 감독의 시선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나누어야 더욱 아름다운 것임을....
다시 봤다.
오늘은 즐기면서 봐야지.
얼굴이 내가 보기에도 귀신 빰치지만, 가고 나면 오지 않을 것 같은 영화라
다시 보기로 했다.
8시 40분 시작..11시가 되어야 끝난다.
노랫말이 첫날 보다 더 많이 들어왔다.
기타도 눈에 들어왔다.
영화는 60년대 블루스 가수들의 원곡을 들려주고
다시 지금의 가수들이 부르는 것을 비교해서 들려준다.
60년대에 기타하나 들고 목소리와 협주인 블루스 곡과
지금의 여러가지 악기가 어울어진 곡
둘 다 듣기가 좋았다.
그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삶도 역사도 음악도
이세상 모든 것들은 살을 붙여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뼈만 앙상히 남아있던 노래말과 가락에 기타의 살을 입히고
뼈만 있는 음악에게서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감동이라면
드럼의 살을 입히고 첼로의 살을 입히고 피아노의 살을 입히고
그렇게 살이 통통히 오른 음악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역사도 그런 것이겠지.
옷이 만들어지는 것도..
천만 감다가 단추도 만들고 지퍼도 만들고, 그리고 이제는 기교까지..
문학도 그런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전달하기만 하면 되다가 이제는 재미있기까지 ..
전쟁도 창만 들고 싸우다가 이제는 칼에 총에 탱크에 미사일에....
그렇게 살을 붙여가는 것.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살을 붙여가는 것
처음에는 사람만 있으면 되다가 말도 통해야 하고, 취미도 같아야 하고
음식도 맞아야 하고...그렇게 살을 붙여가는 것
즐기기로 하고 간 블루스 음악을 들으며,
세월이 지난 간 자리 변해진 음악을 환상적으로 들으며,
그 리듬이 나를 더 많이 흔드는 것을 느끼며,
역시 난 살 붙은 것들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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