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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송환

by 발비(發飛) 2005. 5. 19.

이 영화는 올해 3월에 개봉되었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내용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용은 알고 본 것이지만,,,,과연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우리는 인생을 안다.

삶이 태어남에서 시작해 어떻게 자라서 무엇을 먹으며 어느정도의 형편이면

어느정도의 삶을 영위하다가 죽을 것인지를 안다. 그래서 인생을 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때 하는 말..다 부질없는 것이야..정도?

 

이 영화는 92년부터 촬영이 되었다.

그냥 단순히 카메라가 손에 있는 작가가 비전향장기수를 만나면서 12년간의 긴 다큐가

시작된다.

우선 92년, 세상은 고요했고, 난 누구때문에 슬퍼한 날들이었겠구나...

그 정도. 세상의 슬픔이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한 때로구나, 그러고보니...

그런데...그 때 그 시간 같은 서울아래서 그 분들의 삶은

기네스북에 오를만큼의 복역생활을 마치고

정권이 바뀜에 따라 실적때문에 전향서라는 한장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고

그러고도 살아서 변절하지 않고...

그리고 또 그 시대때문에 세상으로 나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선-

감독은 말한다.

감독의 시선이 그랬다. 주관적이었다.

반공주의자였던 아버지도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을 것이고

비전향장기수들도 자신의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이다. 그는 내가 보기에 주관적으로 영화를 찍고 있었다. 마치 일기를 쓰듯이

이념이 아니라, 자신이 짐승과 다르기때문에 견딜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그 순간 나는 내 어릴적 신발을 물어뜯어 나에게 신발로 맞았던 우리집 개가 생각이 났다.

나에게 맞으면서 나를 보던 눈...

내가 키우던 개는 그런 눈으로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래...우리는 인간이다.

사상을 이야기하기전에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이다.

 

-삶-

30년이상을 갖혀지내던 사람의 웃음..

난 이 영화를 추천하면서, 그 웃음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작은 부딪힘에도 얼굴에 굵은 주름하나를 그어버리는 내가 그 분들의 웃음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웃는데 눈물이 나는 것은 사랑할 때만이 아니라, 부끄러울때도 난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선 항상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허구로 만들어낸 극적인 삶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아니면 극화시킨다면 감동이 있을까.

모든 것을 극대화시키기만 소설엔 감동이 없는 법이지.

그런데 실제 삶에 극대화된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개인의 삶이, 어쩌면 비전향장기수만이 아니라, 누구든 개인의 삶이 아마 어느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간으로 태어난 모든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남겨진 것-

그들은 떠나고, 그 뒷이야기가 나올때 그들은 남한에서보다 훨씬 나아진 얼굴이었다.

인편으로 찍어온 필름에서...

하지만 감독도 나도 생각한다.

싸워야 할 敵이 있을 때와 자신과의 싸움 중 어느 쪽이 더 어렵냐고 묻는다면,

후자다. 난 그들이 지금 평양에서 후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은 사라지고 그래서 목적이 사라지고..

하지만 인간이라 무엇엔가 갈등해야 하고, 자신의 지나온 삶을 긍정해보려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것이다.

보기에도 숨이 차는 측은한 삶들이었다. 그러고도 그들이 웃고 있었다.

이때 한마디 욕(죄송합니다)

지랄같은 시대에 태어난 죄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그들을 북으로 보내는 환송식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노래다.

-산자여 따르라----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살아있는 자들이여, 그 치열함으로 따라오라고 한다.

산자여 따르라----세월이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살아있는 자들에게만 희망과 기회가 주어짐을 노래한다.

오직 희망을 주는 것은 산천일 뿐이리라.

미리 저세상으로 가버린 분들은 그들과 함께 고향으로 가지 못했다.

살아있는 자만 살 수 있는 삶..

실제상황인 삶 앞에서 우리의 삶을 보게 한다.

이 영화는 이념이 아니라 삶을 보게 하는 영화였다.

이 해가 가기전에 이 영화를 보게 되어 다행이다.

2시간30분의 시간동안 그 분들 때문에 울고 웃고 가슴저리고 행복하고..

그 분들의 실제 삶이 나를 마구 흔들어 놓은 시간들이었다.

나무를 심을때 뿌리를 흔들어 뿌리의 자리를 잡아주듯

나를 마구 흔들어놓고, 흙을 찬찬히 덮어주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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