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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정호승] 수선화에게

by 발비(發飛) 2024. 1. 4.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봤다.

고독: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외로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비슷한데 다르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독'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일 수 있고, '외로움'은 물리적으로 그 근거가 있는 듯 하다. 

'고독'은 나의 마음이나 뇌가 만들어낸 고립상황이고, '외로움'은 물리적으로 몸이 무리와 떨어져 불안함과 두려움이 포함된 고립상황이라고 혼자서 그렇게 구분하기로 했다. 

 

'수선화에게'라는 시는 외로움을 말한다.

그래서 곁은 살핀다. 누군가의 곁에 등을 기대어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

새는 나뭇가지에 앉고, 네가 물가에 앉고, 산그림자는 마을로 내려오고 종소리는 울려퍼진다.

나는 외로울 때 뭐 하나...,

쿠팡을 들락거리고, 요리유튜브를 보고, 인스타를 들락거린다.

요즈음은 감자를 불러 얼굴털을 가지런히 하고 눈을 마주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서 마음으로는 이상하다 생각되는 것이, 난 외롭지는 않다.

엄마랑, 흑미랑, 감자랑 살아서 그런가.

안동으로 이사를 와서 그런가.

나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새처럼 뒷산을 오르내리고, 매일 강가에 나가 흐르는 물과 떠다니는 물오리를 바라보고,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무엇보다 넓은 하늘과 해를 본다. 

시인이 말한 외로운 것들과 함께 한다.

함께 하려고 빗속에서도 걷고, 눈길도 걷는다.

 

누군가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고통이라고 죽음에 비유를 한다. 누군가는 고독을 이겨낸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도 한다.또, 혼자인 사람은 바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은 상대가 준비하도록 기다려야 한다고도 한다.

 

나는 수많은 철학자나 예술가들이 규정한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몽테뉴의 말이 좋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자고, 산책을 가고, 그런 모든 것들을 마음대로 하고 있다. 밥은 엄마와 같은 시간에 먹어야 하지만 말이다. 

 

오늘 아침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읽으며 시인이 말한,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를 받고,외로움을 이용해서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잠시 궁리가 되었다. 

 

이렇게 조금씩 시를 이용하고, 그림을 이용하고, 마음을 이용하고, 몸을 이용하며 살아갈 생각을 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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