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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로버트 프로스트] 불과 얼음

by 발비(發飛) 2022. 8. 2.

불과 얼음

 

로버트 프로스트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이 불로 끝날 거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얼음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내가 맛 본 욕망에 비춰보면
나는 불로 끝난다는 사람들 편을 들고 싶다.
그러나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
파괴하는 데는 얼음도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할 만큼
나는 증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 

 

(정현종 번역, 1973년 민음사 발행)

 

얼음으로 소환되는 시간과 사람

 

-잠시 딴소리부터-

 

이틀에 한 번 얼음을 깬다. 오롯이 집에서 여름을 보낸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놀라운 것 중에 하나는 얼음을 많이 먹는다는 거다. 

그동안은 마트에서 얼음 3킬로그램을 배달시켜서 먹었는데, 일주일도 되지 않아 얼음이 바닥이 나, 얼음을 얼려서 먹기로 했다. 

집에 있는 3단 도시락에 통째로 얼려 송곳과 망치로 얼음을 깨어 쓰고 있다.

덩어리 얼음을 스텐볼에 넣고, 송곳을 대고, 망치를 두드려 얼음을 깨다보면, 

몇 번 안되는 기억이긴 한데...., 집에 냉장고를 사기 전이겠지. 

어느 여름이었테고,  얼음 한 덩이를 들고 퇴근하신 아버지가 이불 꿰매는 바늘을 얼음에 대고, 아주 신중하게 망치로 두드려 부서진 조각없이 얼음을 깨실 때, 우리 삼남매는 엄청난 구경인 듯 서로 머리를 디밀며 그걸 구경했다. 

한 입 얻어먹으면, 감당 안되는 차가움 띵함에 대한 기억이 있다. 

 

-잠시 딴소리 끝-

 

얼음을 깨다가,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떠오른 시, 프로스트의 시 '불과 얼음'

내게 질문한다. 만약 내 세상이 나에 의해 파괴된다면, 나는 '불'일까? '얼음'일까?

나는......, 얼음이다. 

그렇구나. 나는 얼음이구나. 불이어도 절망이겠지만 얼음인 것도 못지 않다. 

욕망은 주로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욕망한다' 

증오는 주로 이렇게 시작한다. '너를 증오한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느껴진다. 

 

아무 것도 없던 여성이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동안, 등장했던 '돼지들'

그 이전에 여자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란히 서지 못하고 뒷줄에 서라고 남몰래 발등을 꼭 밟아누르던, '가까운 사람들'

 

나는 욕망이 아니라 증오의 힘으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내게 한 말, 열정이 넘치세요. 그 말과 그 말을 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나의 삶에 대한 열정을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살아왔던 태도는 그렇게 보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일은 아니니까 싫지 않았다. 

다만 나는 내심 나는 열정 가득한 인간일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갸우뚱이었다. 

 

여행도 어떤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나 삶에 대한 열정에 넘쳐 떠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에 타 죽을 것 같아서 떠난 것이다. 

알고 보니, 얼어죽을 것 같아서 떠난 것이었다. 

사람들을 향한 냉소를 품으며, 품은 것과 다른 태도로 살아가는

에너지소모가 많이 되는 삶이 더는 감당할 수 없을 때 나는 떠난 것이다.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증오의 싹들이 내 몸 안에 무성히 자라고 있어,

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자각.

 

욕망의 이름으로 산 자가 욕망으로 타 죽듯 

증오의 이름으로 산 자는 증오로 얼어죽겠지. 

증오의 무게, 삶의 무게. 서서히 버거워졌다. 

그래서 신을 찾아갔나보다. 

찾아간 것이 아니라 신께서 수호천사를 보내주셨나보다. 

얼음을 깨다가, '불과 얼음' 시를 떠올리다가, 나를 보았다. 

 

얼음, 증오의 힘

얼음의 파괴력 또한 불에 못지 않게 대단한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알아들었다고, 

인정한다. 받아들인다고 대답한다. 

 

스스로 파괴되고 싶지 않다. 

자연스런 소멸을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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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번역이라 그런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시의 의미가 분명히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다. 

블로그 몇 개를 둘러보며, 주관적으로 맘에 드는 번역을 기록을 위해 다시 올린다. 

 

Fire And Ice

Some say the world will end in fire,
Some say in ice.
From what I’ve tasted of desire
I hold with those who favor fire.
But if it had to perish twice,
I think I know enough of hate
To say that for destruction ice
Is also great
And would suffice.

 

불과 얼음

 

어떤 이들은 세상이 불로 끝날 것이라 말하고,
어떤 이들은 얼음으로 끝난다고 하네.
내가 경험한 욕망의 관점에서는
불을 편드는 이들을 지지하네.
하지만 세상이 두 번 멸망해야 한다면,
난 증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네
얼음의 파괴력도
불에 못지않게 엄청나며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만큼.

 

 

[출처] 짧은 영시 (3-3) 로버트 프로스트 / 불과 얼음 Fire and Ice|작성자 차일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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