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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괴테] 용기

by 발비(發飛) 2024. 1. 29.

용기

요한 괴테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

이것만 있다면 낙심하지 마라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꿈꾸는 그 모든 일을 시작하라.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 그리고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

Whatever you can do or dream you can, begin it. Boldness has genius, power, and magic in it.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우연치 않게 만난 괴테의 '용기' 

잊혔던 단어 '용기'

 

주로 쓰는 단어인 힘을 내! 파이팅! 이런 말과 '용기'는 분명 다른 말이다. 

힘을 내!

용기를 내!

 

용기를 내라는 말은 힘을 내라는 말보다 훨씬 감성적인 말인 듯 하다. 

어깨 두드림에 애잔함이 더 묻어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누군가에게 용기를 내라고 할만한 순간이 있다면, 

그의 두 다리는 접혀 있을테고, 고개는 떨구어져 있으며, 앞에 놓인 물이 한 잔 가득 찬 그대로 놓여있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마치 양배추 가득 든 길거리토스트와 같이

먹을 생각도, 그런 음식이 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수년 만에 지나가게 된 창동역 사거리 앞에서 수레에서 파는 길거리토스트의 냄새를 맡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잃어버린 식욕으로 먹는 것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토스트의 강한 냄새에 어디선가 올라온 식욕, 입 안 가득 침이 고여 이것만 먹으면 새로운 삶이 열릴 것처럼 간절해지는 순간, 그런 만남과 비슷한 느낌이다. 

 

용기라는 단어가 내게는 그런 느낌이다. 

그 단어를 만난 것과 만나지 않은 것의 차이가 뭐가 있겠냐마는,

괴테가 말한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그리고 친구를 다 가졌다는 것.

그리고 이 짧은 글의 제목이 '용기'인 것이 깜짝이야 하는 마음이다. 

 

용기를 내!

용기를 내자!

용기를 낼게!

 

그런 의미에서 힘을 내는 것과 용기를 내는 것은 다른 것일거다. 

힘을 내는 것은 조금이라도 움직인 상태에서 북돋아 주는 것,

용기를 내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만 조리고 있을 때, 당신의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으니 걱정말고 한 발을 내딛어 봐, 이런 거! 나의 뒤 혹은 나 자신에게 너가 인식하지 못한 힘이 있으니 괜찮아, 이런 것이지 싶다. 

내게 뭔가를 할 수 있는 배경이 있음을 알아채는 것,

이미 뭔가 가지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 그것이 용기의 시작이고 끝이다. 

 

괴테의 말처럼 별 것 아닌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거기에 친구의 사랑이 있기만 하다면, 

와이 낫이 되는 것이지. 

생각해보니 그렇다. 와이 낫

 

나는 매일 감자양과 함께 낙동강변을 산책한다. 

그곳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깊이 흐르는 강물과 강물에 비친 해의 일렁거림과 그 위에 떠 있는 붉은 해를 보며 매번 먹먹함을 느낀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음에도 나는 매일 좀 더 나아짐을 느낀다. 

그것만으로도 내게 힘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그것이 용기라고는 하기 어렵다. 

뭘 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이 용기라면 아직 나는 뭘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므로, 

어쩌면 회복에도 용기가 필요한 건지 모를 일이다. 

지금 이 순간 생각을 바꾼다.

나는 회복을 위해 용기를 낸다. 

내게는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이 곁에 있으며,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도 충분히 있다. 

 

나는 아직 회복가능한 삶 안에 있다. 

나는 여전히 회복가능한 삶 안에 있다.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 그리고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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