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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닫힌 문]과 [열린 문]이 있다

by 발비(發飛) 2023. 1. 11.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걱정하는 이에게 오늘을 살 틈은 없다. 

닫힌 문을 보느라 열린 문을 놓치지는 마시길 

-홍정욱 [50] 중에서

 

속수무책(束手無策) : 손을 묶은 것처럼 어찌할 도리가 없어 꼼짝 못 함

 

2주 내내 감자가 새벽 5시에 일어나 낑낑대며 밥을 달라는 바람에 그렇게 살았다.

오늘은 감자가 다섯시를 지나 여섯시가 넘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만 다섯시에 깨었던 거다. 

 

-잠시 딴 소리-

 

'감자'는 '쿠쿠'다. 

쿠쿠라고 불러도 반응이 없어도 계속 쿠쿠라고 불렀는데, 

앞뒤없이, 뜬금없이 '감자'라고 불렀더니. ('감자'가 감자처럼 생겨서, 색깔도 생김도) 휙 쳐다봤다. 

그래서 이름이 '감자'로 바꼈다. 

모두들 '쿠쿠'보다 '감자'가 어울린단다. 

누구보다 '감자'가 '감자'라는 이름을 좋아한다. 

 

-잠시 딴 소리 끝-

 

감자를 깨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꼼작않고 누워, 태블릿을 켜 전자책으로 저장된 책 중에 홍정욱의 [50]을 읽었다. 

신간으로 나왔을 때 종이책으로 읽고, 생각이 날때마다 읽고 싶은 생각에 전자책으로 사 둔 것인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20년이 넘도록 혼자 살았다.

물론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긴 했지만 삶의 대부분이 일이긴 했지만 그래서, 나는 열등감이 있다.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불안함, 나는 함께 사는 것은 불가능한 사람일거야. 하고 앞으로 혼자 살게 삶에 대해서도 불안했다. 

독거인에서 독거노인으로, 독거노인의 연관어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런 생각들이 야금야금 삶에 파고든다. 

오지도 않은 미래때문에 현재가 좀 먹는 느낌이다. 

그리고, 갑자기 '감자'가 왔다. 

'감자'와 함께 사는 연습을 하는 듯 하다. 

 

'감자'와 잘 해내면

함께 사는 것도, 

삶에 대한 희망도,

삶에 대한 책임감도, 

절대 알 수 없었던 나의 본성에 대한 것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홍정욱의 말처럼 현재의 틈이 생겼다. 

과거에 없었던 '감자'의 존재가 현재에 있기 때문이다. '감자때문에 꽤 치열해졌다. 

 

속수무책이라는 단어가 캄캄한 새벽에 떠올랐던 것은 아마,

깊은 곳으로 침잠하고 있던 나도 속수무책이었고, 

지금 감자로 인해 삶이 바뀌고 있는 지금의 나도 속수무책이지 싶다.

 

현재의 틈도, 현재의 속수무책도 

긍정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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