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미 경험한 선배의 지혜를 빌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고 눈이 떠질 때까지 헤매지 않으면 안된다. 이 무슨 어리석은 짓이랴. 그렇다면 선배들이 찾고 헤맨 것이 진보의 역할을 못 하는 것이 아닌가. 뒤에 가는 자는 먼저 간 사람의 경험을 이용하여, 두 번 다시 실패와 헤매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다시 나아가는 점이 없어서는 안된다. <J.W. 괴테>
경험이라는 것과 요즘 흔히 말하는 '라떼'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생각한다.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선배가 되어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전에는 직급때문에 선배라는 생각을 그리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직급을 떼고 나니 선배라는 것이 느껴진다.
선배, 로서 해야 할 일.
그 경험들.
괴테의 말처럼 후배가 필요없이 헤매고 이미 선배가 한 경험들을 반복적으로 체험하면서 나와 같은 경험을 쌓고 있다면 그것은 진보나 발전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후배들의 출발이 나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에 다녔는 회사에서 후배는 나때문에 상처를 받고, 나는 그 후배때문에 상처를 받은 일이 있었다.
나는 직급을 의식하지 못했고, 후배는 직급을 의식해서 생긴 일일 거라고 한참 뒤에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나는 팀원들이나 후배들과 '불가근 불가원'을 유지하려고 온 힘을 다했다.
나처럼 정이 고파 사람들에게 자석처럼 끌려들어가는,
그런 개인적 성향이 회사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어버리면 어려워졌던 것이다.
직급이 없었을 때는 괜찮았으나, 직급을 가지면서 부터는 애매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생각한다.
그들이 옳다. 하고 일단 주문을 외우려고 한다.
그들이 가져온 모든 것들을 일단 예스하려고 한다. 그리고 한나절이나 하루가 지난 뒤 무엇인가를 보태어 조심스럽게 전달을 하려고 한다. 괜찮은 듯 했다.
그런데,
요즘 외부 미팅이 많아져서 담당자와 함께 서울로 오가는 길 같은 차 안에서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졌다.
회사에서야 일 이야기를 하지만,
오가는 길에서조차 일이야기를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침묵할 수도 없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라떼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읍! 하고 입을 막는다.
그러고 생각해보면,
나쁜 이야기가 아니고, 내가 처음 일을 할 때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한다.
입을 막는다.
내가 라떼를 한거구나 하고 아예 말을 해 버리는 것으로 무마한다.
어려운 일이다.
선배의 경험과 라떼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쉬운 것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고,
어려운 것은 정말 잘 하는 것인데.
이렇게 말하다보니, 이것이 바로 꼰대의 생각이 아닐런지 하게 된다.
어렵다.
경험이란 것은, 사람이 지식에 있어 진보하면 할수록 그 필요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R. 데카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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