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되고 있다.
늦은 밤까지 넷플릭스 드라마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린 강아지에게는 무지한 소음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감자가 오고나서 넷플릭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해가 지면 작은 불 하나만 켜두고 그냥 밤이구나 한다.
여덟시 아홉시인데 한밤중이 된다.
감자는 많이 자야 하니까... 강아지 잠 재우는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 틀어주면 잔다.
나는 감자가 깰까봐 조용히 있다.
대개 열시쯤 자고 새벽이면 감자가 깬다.
그제만해도 일어나면 낑낑거리며 내게 왔는데, 어제 오늘은 깨우지도 않고, 내가 부스럭하면 그제서야 부리나케 온다.
주체 못하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몸이 터질 것 같이 반긴다.
때로는 핥고 때로는 깨물고(깨무는 것은 진짜 고민이다)
감자는 아침밥을 먹고, 나는 커피를 마시고,
그리고 뉴스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음악을 튼다.
지금은 7시 50분, 감자는 아침잠을 달게 잔다.
내가 책상에 앉아있고, 음악이 나오면 이 아이는 가장 평화로운 마음이 된다.
내가 움직이면 졸졸 따라다니며 발을 물고 핥고... 하다가도 책상에 앉으면 제 집으로 가서 잔다.
잠깐 깨어 물을 먹기도 하고, 쉬를 하기도 하고, 잠시 내 곁을 서성이다가 이내 제 집으로 간다.
강제 이른 취침, 강제 이른 기상, 강제 책상
좋은 거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 어색한 내가 감자라는 말도 통하지 않고, 가늠할 수 없는 생명체가 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걱정이 앞선다.
유튜브에서 강아지에 대한 수많은 콘텐츠를 보지만, 불안하다.
어제밤에 잠이 들면서, 걱정하지 말자.
그냥 함께 살자. 그래도 되나... 하다가도 그냥 암 생각말고 살자.
이제 갓 태어났지만 짧게 사는 견생이다.
내게 별일이 없는 한 나는 이 아이의 생을 모두 보게 될 것이다.
처음과 끝을 책임져야 하는, 그 끝을 보게 될, 생각만으로 측은하다.
'그대라는 섬으로 노를 저어가는 밤, 작은 불을 켜줘요. 길을 잃지 않게'
-정밀아 <그런 밤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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