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변했다. 아니 달라졌다.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새벽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감자와 함께 소파에 눕는다.
감자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한다.
대답은 돌아올 리 없지만,
감자는 내게 길고 진한 뽀뽀를 충분할 때까지 한다.
이렇게 쪼그리고 누워 짧은 잠을 한 번 더 잔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그래도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았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침대와 소파의 이불들을 정리한다.
밤새 오갔을 배변판을 정리하고, 밥을 주고, 물을 갈아준다.
나는 커피를 내리고,
이때쯤이면 감자는 내 발끝을 쫓기 시작한다.
앉으라는 신호다.
아침잠을 자고 싶다는 거다.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으면 바로 옆 방석에서 바로 잠이 든다.
항상 아침 커피는 한잔으로 부족하다.
커피 한 잔을 더 가지러 갈 때면, 참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
왜냐하면 내가 움직이면 감자는 깨서 따라오니까.
어제부터다.
감자가 달라졌다.
내가 두번째 커피를 가지러 일어나도 따라오지 않는다. 깨기는 하지만.
커피를 가지고 돌아올 때쯤이면,
책상 옆 방석에서 일어나 잠을 자야겠다는 듯 캔넬로 들어간다.
그리고 잔다.
거기 편하다는 거지.
그리니에가 고양이 물루에 대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움직인다고 했다.
감자는 강아지니까 고양이보다는 아니겠지만,
감자도 휴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잠이 들 때면, 조금만 움직여도 깨더니 이제는 그냥 자기 시작했다.
뭘 했다고 골아떨어진 것처럼 자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안도한다.
그런 면에서는....,
<잠시 딴 소리(푸념)>-
혼자 살던 사람이 반려견이라고 하지만, 너무 힘이 든다.
가끔 눈물이 날 정도로,
이 아이는 내게 어쩌다가 왔나. 나는 무엇을 선택한 것인가 한다.
감자랑 결혼을 한 것 같다.
나와 다른 개체,
서로가 변할 생각이 없는 각자가 서로 우기는 느낌.
여행의 취향이 달라, 산책을 나가면 감자는 뛰고, 난 걷고,
감자는 굴러다니는 나뭇잎들을 쫓고, 나는 길 끝을 보고,
사람들은 강아지 교육을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그 강아지의 이야기고, 나는 그렇게 못 하겠고.
맞선을 봐서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결혼한 느낌이다.
사방 친구들은 너무 잘했다며, 혼자 사는 것 보다는 낫다며 말벗이 되어 좋지 않냐며
그 정도 조건이면 괜찮아 했던 결혼과 너무 비슷하다.
여기서라도 하소연이 하고 싶은 건가.
-<잠시 딴 소리 끝>-
감자는 조금씩 독립적이 되어 가는 거겠지.
산책도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매일 나가보는거지 뭐.
그러다보면 어느 날 천천히 그야말로 산보를 하는 날이 올지도.
어제 오늘 편히 잘 곳을 제 집으로 생각하고 캔넬로 들어가 큰 대자로 뻗어 자는 것처럼
갑자기 천천히 걸을 날이 오겠지.
바깥이 더는 특별하지 않는 날.
오늘도 12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11시쯤 옷 챙겨입고, 잠깐 전쟁같은 산책을 하고,
노즈워크 판에다 점심을 챙겨주고,
나가야한다.
결혼생활을 잘 하는 친구을 보며 부러움 반, 질투 반, 생각했던 것처럼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강아지랑?
아버지랑 60년 가까이를 함께 살았고,
흑미랑 18년을 살고 있는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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