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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집사 식물집사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한 뒤

by 발비(發飛) 2023. 2. 7.

감자가 변했다. 아니 달라졌다.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새벽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감자와 함께 소파에 눕는다. 

감자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한다. 

대답은 돌아올 리 없지만, 

감자는 내게 길고 진한 뽀뽀를 충분할 때까지 한다. 

이렇게 쪼그리고 누워 짧은 잠을 한 번 더 잔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그래도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았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침대와 소파의 이불들을 정리한다. 

 

밤새 오갔을 배변판을 정리하고, 밥을 주고, 물을 갈아준다. 

나는 커피를 내리고, 

이때쯤이면 감자는 내 발끝을 쫓기 시작한다. 

앉으라는 신호다. 

아침잠을 자고 싶다는 거다.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으면 바로 옆 방석에서 바로 잠이 든다. 

 

항상 아침 커피는 한잔으로 부족하다. 

커피 한 잔을 더 가지러 갈 때면, 참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

왜냐하면 내가 움직이면 감자는 깨서 따라오니까.

 

어제부터다. 

감자가 달라졌다. 

내가 두번째 커피를 가지러 일어나도 따라오지 않는다. 깨기는 하지만. 

커피를 가지고 돌아올 때쯤이면,

책상 옆 방석에서 일어나 잠을 자야겠다는 듯 캔넬로 들어간다. 

그리고 잔다. 

거기 편하다는 거지. 

 

그리니에가 고양이 물루에 대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움직인다고 했다. 

감자는 강아지니까 고양이보다는 아니겠지만, 

감자도 휴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잠이 들 때면, 조금만 움직여도 깨더니 이제는 그냥 자기 시작했다. 

뭘 했다고 골아떨어진 것처럼 자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안도한다. 

그런 면에서는...., 

 

<잠시 딴 소리(푸념)>-

 

혼자 살던 사람이 반려견이라고 하지만, 너무 힘이 든다. 

가끔 눈물이 날 정도로, 

이 아이는 내게 어쩌다가 왔나. 나는 무엇을 선택한 것인가 한다. 

감자랑 결혼을 한 것 같다. 

나와 다른 개체, 

서로가 변할 생각이 없는 각자가 서로 우기는 느낌. 

여행의 취향이 달라, 산책을 나가면 감자는 뛰고, 난 걷고,

감자는 굴러다니는 나뭇잎들을 쫓고, 나는 길 끝을 보고, 

사람들은 강아지 교육을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그 강아지의 이야기고, 나는 그렇게 못 하겠고. 

맞선을 봐서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결혼한 느낌이다. 

 

사방 친구들은 너무 잘했다며, 혼자 사는 것 보다는 낫다며 말벗이 되어 좋지 않냐며

그 정도 조건이면 괜찮아 했던 결혼과 너무 비슷하다. 

 

여기서라도 하소연이 하고 싶은 건가. 

 

-<잠시 딴 소리 끝>-

 

 

감자는 조금씩 독립적이 되어 가는 거겠지.

산책도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매일 나가보는거지 뭐. 

그러다보면 어느 날 천천히 그야말로 산보를 하는 날이 올지도. 

어제 오늘 편히 잘 곳을 제 집으로 생각하고 캔넬로 들어가 큰 대자로 뻗어 자는 것처럼

갑자기 천천히 걸을 날이 오겠지. 

 

바깥이 더는 특별하지 않는 날.

 

오늘도 12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11시쯤 옷 챙겨입고, 잠깐 전쟁같은 산책을 하고, 

노즈워크 판에다 점심을 챙겨주고, 

나가야한다. 

 

결혼생활을 잘 하는 친구을 보며 부러움 반, 질투 반, 생각했던 것처럼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강아지랑? 

 

아버지랑 60년 가까이를 함께 살았고, 

흑미랑 18년을 살고 있는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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