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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집사 식물집사

[반려식물] 미안을 넘어 민망

by 발비(發飛) 2022. 6. 17.

*미안하다: 1. 남에게 대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럽다

*민망하다: 2. 낯을 들고 대하기가 부끄럽다  -네이버사전

 

크랩암에게 절로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던 그제,  어제 오늘은 민망했다. 

 

 

 

계란껍질 구워 곱게 간 가루를 흙과 섞어 화분에 잘 채워주고, 이틀밤이 지났다. 

어젯밤, 오늘 아침 시간 단위로 통통해지고 있다. 

그냥 사진으로는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고 할까? 

마치 재난사고로 빌딩이나 탄광에 갖혔다가 1년만에 구출된 뒤, 물 한 모금에 화색이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과 같다고 할까?

진즉에 잘 살폈으면 될 것을, 바로 옆에 두고 이렇게 방치하다니, 미안함을 넘어 민망했다. 

 

그리고 대단하다. 

식물의 힘.

간혹 동물보다 강인한 식물을 볼 때면 섬뜩할 정도일 때가 있다. 

흙을 감싸 안고 있는 뿌리라던가, 

바위를 파고들어 뿌리를 내리는 모습이라던가,

사막 가운데서도 자라고 있는 키 작은 나무라던가. 

뿌리를 구만리 먼데 두고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라던가.



식물의 강인함.
이것은 식물의 본질 중에 하나일 움직일 수 없다는 제약과 한계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생명이 가진 모든 것들의 스타일은 각 생명들이 가진 제약과 한계에 따라 분류되는 것이다. 
각자의 한계를 견딤으로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강렬했던 립살리스 뿌리, 실처럼 마른 뿌리 끝으로 마사토를 부여잡고 있었던 립살리스.
내가 어느 순간 약하다고 느낄 때 떠올려야 할 모습일 수 있겠다. 

떠들다보니, 삼천포다. 

 

 

 

립살리스크랩암 옆에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바'

자바는 물꽂이 상태로 몇달을 있다가 흙을 만나 신이 났다. 무성한 잎들을 꽤 많이 정리해주었다. 

 

자바 옆에 있는 실버스워드는 너무 빠르게 자라 당황스러운데, 줄기가 초록이라 얘는 풀인지, 나무인지 잘 모르겠다 싶은데, 

자세히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초록줄기가 수분이 빠지면서 갈색으로 천천히 변하며 단단해지고 있다. 

이 아이도 아래쪽 잎을 다섯개쯤 잘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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