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문의를 해 왔다.
내년에 마르셀 프루스트의 100주기인데 리스트에 넣어주었으면 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책을 정리할 때 살아남아 내 간단한 책꽂이에 아직도 새책으로 꽂혀있는,
어떻게라도 읽어보겠다며 전차책으로도 핸펀에 담겨있다.
생각난 김에 찾아봤다.
생각난 김에 프루스트를 찾아봤다.
그가 묻힌 곳, 파리 - 페르 라 쉐즈 묘지(Cimetière du Père Lachaise)에 필이 꽂혔다.
그곳인가?
구글지도에서 뷰를 봤다. 낯설지 않다.
구글이 5년전 방문한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5년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며칠 들렀던 파리.
가보고 싶었던 곳 1순위,
내가 좋아하는 <옥중록>
오스카 와일드의 묘를 찾아갔던 곳이다.
기대하는 곳을 갈 때는 천천히 걸어간다.
두어시간 파리 외곽의 빈민가 골목들을 걸어 갔더랬는데,
죽음이 좀 다르게 다가왔던,
오스카 와일드의 키스마크 앞에서 아마 그의 팬이었을, 입술에 피어싱을 가득히 하고,
검은 합피 점퍼를 마치 유니폼인 듯 입고 있었던 여학생들.
그들과 함께 떼거리로 기념촬영을 했던 곳,
오스카 와일드와 그 여학생들
죽음보다는 삶이 참 아득하게 느껴지던 곳이다.
그곳에 프루스트의 묘도 있었다니,
그때도 내 책장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꽂혀있었더랬는데 말이지. 하지 못한 숙제로
우연히 쇼팽의 묘를 만났더랬는데, 우연히 만나지 못했더랬네.
시간을 돌려 그곳에 가서, 그를 만났다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다시 읽으려 노력을 했을까.
'잃어버린 시간'
대단한 독자이며, 삶을 정성껏 사는 독자인 듯 하다.
답메일을 정성껏 써주어야겠다.
코로나때문에 새로운 기획들이 '잠시 멈춤'이라고,
덕분에 잠깐 어떤 '시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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