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드는 것은 느리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좋다. 나를 닮은 것 같아서 좋다. 빠르지 못하고 실수투성이인 내가 만든 것이기에 바느질도, 못질도, 페인트칠도 그렇게 나를 닮았다. 어느 쪽은 비뚫고, 어느 쪽은 바르다. 조금씩 고치고, 맞춰 나가고, 다시 칠하는 번거로움이 있어도, 차츰차츰 내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좋다."
-한세진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프롤로그 중에서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좋다.
-풍기인견 꽃무늬 앞치마
풍기인견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과 꽃무늬 앞치마,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일상을 산다는 것
어제 여름용 앞치마로 디자인을 최대한 간결하게 해서 완성한 풍기인견 꽃무늬 앞치마를 입었다.
-엘더목으로 만든 베란다 서재
베란다 한 켠에 마련한 사방 1미터가 조금 넘은 서재다.
작은 여름 '페인트인포'에서 엘더집성목을 재단주문해서 일주일에 한 두개씩 사포질과 바니쉬칠 반복했다.
사포질과 바니쉬칠하는 시간을 아깝게 여기며 노동이 되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천천히..., 아마 두어달은 걸린 것 같다.
가을이 되어서야 철제선반에 올려 책꽂이와 책상을 완성했다.
몇 차례에 걸쳐 책들을 정리했지만 내게 남은 책들, 다시 읽고 싶은 책 혹은 가지고 있고 싶은 책들이 소박하다.
-그라나다에서 온 핸드메이드 서재 커튼
스페인 그라나다의 아람브라하 궁전 맞은편 집시마을 노점에서 샀다.
거친 손바느질은 스페인에서 숨어지내던 무어인의 후손이 만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라나다에서 온 몸으로 느꼈던 이상한 서늘함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던 초록나무와 새가 있는 한땀한땀 수놓아진 핸드메이드 가리개는 보자마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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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나는 이렇게 살고 있네.
사람들은 모습과 생각이 모두 다르지만,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그것을 느끼는 마음은 비슷해진다.
그 비슷함이 안도하게 하고, 그 길을 조금 더 갈 용기가 생긴다.
지우개 도장을 새겨봐야지 하고 헌책방에서 고른 책에 실린 작가의 말에 깊이 안도하며,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재봉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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