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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대로취미

시접을 넘기는 방향

by 발비(發飛) 2020. 7. 10.

옷을 만드는 일은 원단과 원단을 자르고 이어붙이는 것이다. 

옷이 이쁘려면 자르고 이어붙이는 것을 잘하면 되는 거지. 

잘 이어붙이면 몸에 잘 맞는 입체적인 디자인이 된다. 

 

오늘도 잘 자르고 잘 이어붙이려고 애쓰는데, 

잘 되다가 안되다가, 

내 마음에는 자신감과 자괴감이 번갈아 드나든다. 

시접.

잘라낸 옷감의 솔기를 맞춰 박음질을 하고 나면 시접이 생긴다. 

시접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옷의 안쪽에 최대한 없는 듯이 처리해야 한다. 

시접을 솔기 속에 숨기는 통솔이나 쌈솔도 있고,

시접을 반으로 갈라 평평하게 만드는 가름솔도 있다. 

 

요즘 만드는 풍기인견 옷들은 솔기가 잘 빠지고 미끄러운 원단의 성격때문에

주로 통솔로 시접정리를 한다. 

그때마다 가장 많이 실수를 하는 것이 솔기를 꺽는 방향이다. 

이어붙이고 박는 동안 생긴 두께때문데 방향을 잘 잡지 않으면 박음질을 아무리 잘해도 옷의 모양이 이상해진다. 

불룩~,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대체로 공식이 있는데, 

어깨는 뒤로, 옆선도 뒤로, 소매진동은 팔쪽으로.. 등등

 

롱로브를 네번째 만들었는데, 

인견이 부드럽고 미끄러워 소매쪽으로 시접을 넘겼더니 어깨 아래로 불룩 튀어나와 맘에 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소매진동시접을 소매쪽이 아닌 어깨쪽으로 넘겼다. 

시접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어깨선이 살아났다. 

 

옷 디자인의 핵심인 절개와 박음질로 생긴 시접.

필요의 산물인데 숨겨야 하는 시접.

 

늘 꺾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꺾었다. 

 

누군가의 삶은 방향을 꺾을 필요가 없는 직선일테고,

누군가의 삶은  한 두 방향으로 꺾은 평면일테고,

누군가의 삶은 공간이동까지 포함한 이동이라 입체가 된다. 

 

삶 속에는 삶의 방향이 바껴 이전의 삶과 이어나갈 때마다 생긴 시접들이 있다.

겉으로는 티나지 않지만, 굴곡진 몸의 이곳저곳에 눈치껏 제 방향을 잡고 착 붙는다. 

 

 

시접을 넘기려는 방향으로 손톱으로 쓱쓱 밀어 줄을 방향을 잡은 다음

다리미로 꾹 눌러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다. 

 

옷의 한 면이, 삶의 한 면이 티나지 않게 이어진다.

 

풍기인견 파란나뭇잎 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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