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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대로취미

[풍기인견] 다림질

by 발비(發飛) 2020. 7. 5.

 

 

해가 떠서 하얗게 밝은 베란다 창밖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고야, 하는 신세한탄이 절로 새나왔다. 

해가 지고서야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면서,

'원고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이 나이에 밤을 새며 뭐하는 거지?'

왜 그랬지? 하며 아침잠이 들었다. 

11시, 서너시간을 잘 잤다.

눈을 뜨자마자 바로 박음질이 완성된 옷을 다리기 시작한다.

박음질선을 따라 시접방향을 따라 스팀다리미로 천천히 눌러주니 박음선으로 이어진 양쪽 천의 높이가 나란해진다. 

다림질 끝낸 옷을 옷걸이에 걸어놓으니 천과 박음실과 박음선이 하나로 흘러내린다.

눈 가는 곳없이 옷에 광이 나기 시작한다. 

 

작가의 초고는 손 대지 않은 상태로도 충분히 감동을 주고, 깨달음도 주지만, 

좋은 편집자를 만나 교정을 시작으로 편집을 잘 끝내고 나면,

독자들이 잠들기 전 몽롱한 상태나 복잡한 전철 안에서 읽어도 작가의 뜻이 잘 전해지는 좋은 책이 된다.  

어느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천의무봉(天衣無縫), 옷의 박음질이 없는 듯이 옷을 만들어야 입지 않은 듯이 가벼운 옷을 된다고 하는 것처럼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지금 원고가 아니라 원고를 볼 때 비유로 들었던 옷을 만들고 있다. 

다림질을 끝낸 옷을 걸치니 차르르하고 옷이 몸에서 흐른다. 

 

<잠시 딴소리> 

 

다림질은 말이지, 

 

최종고의 데이터 수정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 예를 들자면 

처음부터 이렇게 썼어야 하는 건데.

퇴고하는 작가에게 이렇게 말해줄 걸.

첫 교정작업에서는 여기에 중점을 뒀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다음에는 이렇게 써봐야겠다, 혹은 기획을 해봐야겠다.

 

다림질을 하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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