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서 하얗게 밝은 베란다 창밖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고야, 하는 신세한탄이 절로 새나왔다.
해가 지고서야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면서,
'원고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이 나이에 밤을 새며 뭐하는 거지?'
왜 그랬지? 하며 아침잠이 들었다.
11시, 서너시간을 잘 잤다.
눈을 뜨자마자 바로 박음질이 완성된 옷을 다리기 시작한다.
박음질선을 따라 시접방향을 따라 스팀다리미로 천천히 눌러주니 박음선으로 이어진 양쪽 천의 높이가 나란해진다.
다림질 끝낸 옷을 옷걸이에 걸어놓으니 천과 박음실과 박음선이 하나로 흘러내린다.
눈 가는 곳없이 옷에 광이 나기 시작한다.
작가의 초고는 손 대지 않은 상태로도 충분히 감동을 주고, 깨달음도 주지만,
좋은 편집자를 만나 교정을 시작으로 편집을 잘 끝내고 나면,
독자들이 잠들기 전 몽롱한 상태나 복잡한 전철 안에서 읽어도 작가의 뜻이 잘 전해지는 좋은 책이 된다.
어느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천의무봉(天衣無縫), 옷의 박음질이 없는 듯이 옷을 만들어야 입지 않은 듯이 가벼운 옷을 된다고 하는 것처럼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지금 원고가 아니라 원고를 볼 때 비유로 들었던 옷을 만들고 있다.
다림질을 끝낸 옷을 걸치니 차르르하고 옷이 몸에서 흐른다.
<잠시 딴소리>
다림질은 말이지,
최종고의 데이터 수정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 예를 들자면
처음부터 이렇게 썼어야 하는 건데.
퇴고하는 작가에게 이렇게 말해줄 걸.
첫 교정작업에서는 여기에 중점을 뒀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다음에는 이렇게 써봐야겠다, 혹은 기획을 해봐야겠다.
다림질을 하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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