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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7년 만에 이사

by 발비(發飛) 2017. 11. 2.

7년만에 지난 주 토요일에 이사를 했다. 

여러 번 이사를 했지만, 이번만큼 다사다난한 이사는 처음이다. 

 

<매매></매매>

 

집을 팔고 샀다. 

파는 건 별 문제가 없었다. 

사는 건 문제가 있었다. 

이사를 간 아파트는 오랫동안 가고 싶은 단지의 아파트였다. 

갑자기 살던 아파트의 집값이 조금 오른 바람에 마음을 먹을 순 있었는데, 매매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한 건이 나온 집은 집을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아파트 주인과 4년을 산 세입자가 엄청 난 감정 싸움을 하고 있었다. 

세입자는 집을 안 보여주겠다고, 주인은 내용증명을 세 번이나 보낸 상태였다. 

무슨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세상 물정을 아직도 몰라서 인지 아파트가 다 똑같지, 그리고 오래된 아파트니까 수리를 할텐데 하면서 보지 않고 계약을 했다. 

...(집을 내게 팔았던 사람은 임대업을 하는 사람의 어린 딸이었고, 그 딸은 뉴스에 나오는 류의 싸가지가 사람이었다. 나도 그 사람 때문에 마음을 다쳤지만... 그 이야기는 넘어가기로)

어쨌든 집을 샀다. 원하는 곳에서 살게 되었으니 잘했다. 

 

 

<왜></왜>

 

전에 살던 아파트와 이사 간 아파트는 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전에 살던 아파트는 내가 살기에 최적화된 아파트이고, 딱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차를 가지고 다닐 때는 몰랐는데,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생긴 문제다.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 사람들은 옆 단지 사람들인데,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휠체어를 탄 채, 술에 취해, 늘 모여있는 아저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마주치며, 매일 그들의 낮은 시선 옆을 지나는 일이 나는 불편하고 싫었다. 

정말 이상하고 미안하지만 오랫동안 마음을 이리저리 써가며 왜?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지만, 

내게는 매일 하루 두 번씩 그들 앞을 지나는 것은 힘들고 무서운 일이었다. 

 

그래서 큰 길 건너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출근길이 가벼워졌다. 

 

 

<집 수리-두 번의 이사></집>

 

아파트는 지어진 지 거의 30년이 되어간다. 

매매가 끝난 뒤, 어렵게 세입자와 연락이 되어 집을 볼 수 있었다. 

집은 심각했다. 그렇지만 고칠 것이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몇 군데의 인테리어 회사에 견적을 받고, 상담을 받은 뒤, 그 중 한 곳과 계약을 했다. 

생각했던 예산보다 천 만원이 더 나왔다. 

여러 군데 견적을 내었더니, 그 정도가 적정선이었던 듯 하고, 

내가 원하는 가격에 맞추려면, 베란다 확장을 하지 않던가, 바닥재를 타일로 깔지 않던가, 샤시를 바꾸지 않던가, 해야 했는데, 

내가 타협한 것은 겨우 거실의 선반을 달지 않는 것 정도였다. 

그냥 한 번 가보기도 했다. 

대신, 각종 수전이나 전등 등을 최대한 내가 구입해서 전달하는 것으로 해서 조금이라도 아껴볼 계획을 했다. 

이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었는데 잘못 구입한 것들이 꽤 있었다. 

하던 사람, 아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었다. 하나 선택할 때마다 공부를 해야 하는 것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시공 하는 것은 거의 공식화 된 것들인데 비해 내가 고른 것은 누구 봐도 내가 고른 것이구나 생각될 것들이다. 맘에 든다. 

하지만, 내가 구입한 것들 중에 설치가 안되는 몇몇 것들, 반품조차 안되는 몇몇 것들이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베란다 목공 공사를 하면서 에어컨 배관이 빠져나갈 공간을 남겨두지 않아 다시 뜯어야 한다. 

에어컨 설치하시는 분은 인테리어에서 뜯으면 설치해 주겠다고 하고, 

인테리어 업체에서는 에어컨을 설치 하시는 분이 뜯어서 설치하고 나면, 보수를 해 주겠다고 하면서 맞서고 있다. 

나는 그 가운데에 있다. 

토요일에 어떻게 될까 모르겠다. 

누구라도 뜯어서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잊었던 일이 생각났다. 

이사를 할 때마다 이사업체, 공사업체, 각종 설치업체.

암튼 이들은 늘 멋대로다. 

누군가는 여자 혼자 이사를 하니까 얕봐서 그렇다고 한다. 

반드시 싸워야 하는데, 싸우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번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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