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는대로 小說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by 발비(發飛) 2019. 1. 23.






앨리스는 사랑하는 남자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그 남자의 행동은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에릭은 처음 만난 날과 똑같이 복잡해 보였다. 그 첫만남에서 그녀는 그 남자를 '안'줄 알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주장할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멀리서는 잘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백만 개나 되는 파편으로 나뉘어 있었다. 앨리스는 이토록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없고, 끊임없이 질문과 해석이 뒤따르는 불안정 상태에 힘이 빠졌다.  



결국은 포기하고,힘을 빼기로 한다. 


좋아하는 이유를 아는 것은 아니다. 

알지 못한다고, 

알 수 없다고,

앞으로도 알 수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다.


불안과 이어질 것이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불안하고 떨리는 일이다. 

.

.

여행을 떠나기 전, 낯선 어느 곳은

티비에서, 영화에서, 책에서 전방위적으로 엄청난 매력을 뿜으며 내게 오라고 손짓한다. 


나는 강력한 끌림에 못 이겨 어느새 낯선 어느 곳 골목 끝에 서 있다. 


정작 그 곳에는,

한마디 말을 건넬 사람도, 

하룻밤 의지할 방도,

한 끼 편하게 먹을 식당도 없었다. 


불편함과 불안함을 끼고,

아름다운 색깔의 건물들과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과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한 낯선 풍경의 길을 걷는다. 


리스본에서 그랬고,

포르투에서 그랬고,

말라가에서 그랬고,

델리에서 그랬고, 

라싸에서 그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그랬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내다보면, 

낯선 골목 끝은 새로운 길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여전히 알지 못하는 길이 늘 있음을 받아들이고 허공처럼 그 길을 걷는다.

서빙을 해주는 식당주인의 빠른 말 속에 아주 간혹 들리는 말이 생기고, 

여전히 아무말도 들리지 않더라도 허기를 해결하는데는 문제가 없으니 그러려니 받아들이면서, 

낯선 여행지의 시간을 느리고 느리게 보내다 여행을 끝낸다. 


몇 년이 지난 후 우연히 티비에 나오는 그 곳 여행지를 만날 때면,

예를 들어 비긴어게인이라던가, 배틀트립이라던가....,

나는 내가 아는 곳, 가 본 곳이라며 반가워하며, 

옆 사람에게 과장되게 낯선 여행지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 

.

.


그 남자는 멀리서는 잘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백만 개나 되는 파편으로 나뉘어 있었다. 앨리스는 이토록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없고, 끊임없이 질문과 해석이 뒤따르는 불안정 상태에 힘이 빠졌다.  

.

.

나는 그에게 도착했다. 

그는 낯선 여행지다. 

예상할 수 없고, 늘 질문과 해석이 따르는 불안정함이 있지만, 앨리스처럼 힘을 빼지는 않는다. 


언젠가, 어느 시간에는 

그때의 그 여행처럼 여행지가 아니라,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누군가에게 그를 소개할 때, 

나는 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으로, 아름다운 여행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누구도 모르는 그 마음 속 좁은 골목길을 나도 모르게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를 잘 알지 못한다는 불안함을, 

멋도 모르고 홀로 떠났던 여행지에서 느꼈던 불안함에 의지해 다독인다. 


무엇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을 알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어느 날 또 그리워할 것이 뻔한 여행지다. 




[아득한 그의 말]


나는 죽을 때, 

당신의 1%를 아직 모르겠어.

라고 말하고 싶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