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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대로 小說

[김선영] 내일은 내일에게

by 발비(發飛) 2017. 12. 14.





“사실은요, 무섭거든요.

이 집에 혼자 있는 것도 그렇지만 
이대로 영영 혼자가 될까 봐 무섭거든요”  -김선영, [내일은 내일에게] 중에서



한마디다. 


꽉 끼인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가,

어제 스친 말이 그림으로 되새겨졌다. 


이대로 영영 혼자가 될까 봐 무섭거든요. 


청소년 소설이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출판사를 차려 발간한 소설이다. 

채널예스에 김선영작가의 인터뷰가 실렸고, 

그 동료가 낸 책이라 인터뷰를 읽었다. 

근무 중이었고, 꽤 바빴고, 아마 그냥 읽느라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본 이 말이 

오늘 전철로 출근하는 길에 한 장의 그림인 것처럼 떠오른거다. 


나는 혼자 산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 생의 나의 운명인 것처럼 편한 옷을 입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대상이 없는 그리움이 생긴 것이다. 

그리움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마음의 곁에 두는 것이다.

곁이 생긴 것이다. 

언제 생긴 지도 모를 곁이 생긴 것이다.

오롯이 혼자였던, 혼자가 딱 맞는 공간에 곁이 생겨버린 것이다. 


모르는 이에게 기대를 한다. 

그 곁을 생각하며.

길 가는 사람을 쳐다본다. 

그 곁을 생각하며.


그게 이상하고 납득되지 않았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에 가면, 

전나무들은 계곡 쪽으로 모두 몸을 기울이고 있다. 

물을 쫓아, 물을 생각하느라 몸이 절로 기울어진 것이다. 

일제히 몸을 기울인 전나무를 보며, 절로 몸이 기울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어떤 것에 대해 절로 몸이 기울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전나무처럼 곁이 생겼다. 

빈 곁.


애매했던 것이 청소년소설의 한 마디와 연결되었다. 


“사실은요, 무섭거든요.

이 집에 혼자 있는 것도 그렇지만 이대로 영영 혼자가 될까 봐 무섭거든요”


나의 본능은 이랬던 것이다. 


그동안 했던 말과 행동이 부정되는 순간이다. 

이 마음이 대상이 없는 그리움을 만들었고, 

그리움으로 뒤덮힌 마음은 제대로가 아니었던 것이다. 


김선영 작가의 [내일은 내일에게]를 전자책으로 다운로드 받았다. 

작가는 주인공 연두를 자신의 청소년기 모습이라고 한다. 

'나도' 일지도.

가난한 아이 연두를 쫓아가 볼래. 

연두의 눈길이 가는 곳을 함께 봐 볼래.  

어쩌면 나도 그 어디 쯤에서 나를 찾아야 할 지도 모른다. 


대상이 없는 그리움을 추적하여, 

이 애매한 마음에서 출발한 어정쩡하고 이상한 것들을 가지런히 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제는 

더 

솔직해져야 한다. 


그래야 이 미친 생각들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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