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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대로 小說

[마쓰이에 마사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by 발비(發飛) 2018. 4. 24.



-잠시 딴 소리 부터-


아무 생각없이 추천도 없이 일본소설이라서 그냥 고른 책이었다. 

일본소설은 을씨년스런 미스터리물도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오랜 습지처럼 물결조차 일지 않는 조용한 소설이다. 

그런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소설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다. 

나는 가끔 오랜 갈증을 달래듯, 가끔 일본소설, 일본영화를 찾으면 한동안 그곳에 머무르며 충분히 가라앉는다. 

그렇게 천천히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있으면 머리카락부터 새끼발톱 끝까지 촉촉해짐을 느낀다. 

그럼 그곳을 나와 가던 길, 하던 일을 한다. 

몇주 전이 그랬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언어의 정원]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그리고 이 소설이었다. 


-잠시 딴 소리 끝-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는 어떤 정보도 없이 읽기부터 했다. 

주인공은 '다다시'. 남자였다. 편집자인 중년의 남자는 막 이혼을 하고, 독립 중이었다. 다 큰 아들도 있었다. 

다다시는 이혼하는 과정도, 집을 얻는 과정도, 그 집을 수리하는 과정도, 

수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집주인의 사정으로 이사를 가게 됨에도, 

새로운 집을 구하는 중에도 그의 품격있고 차분한 말과 행동은 변함이 없다. 

제목에 나오는 단어처럼 우아한 남자다. 


결혼 기간 중에 사귄, 바람을 핀 디자이너 애인 가나. 

그녀와 이혼하기 일년 전 헤어졌다가 독립 후 우연히 재회한다. 

이 와중에도 그는 격함도 없고, 세속적인 느낌도 없다. 

이건 아마 작가때문이다. 그가 그런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소설 속의 문장으로 표현된 그의 행동이 그렇다. 

그 문장들을 따라가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찌질하기도 하고, 이기적이기도 하고, 남자답지도 못한데도 다다시의 우아함에 끌려 조용히 따라가게된다.  


그런데, 이 소설의 맨 마지막 부분,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그와 함께 멈췄다. 

생각지도 않은 파장이 일었기 때문이다.    


"옛날 일본 영화에 이웃집 아주머니가 담장너머, 창문너머로 말을 거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했으면 합니다."

가즈씨는 계속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창문너머로 대화를 나눌 상대는 물론 가나다.

아니.

나는 멈춰 서듯 다시 생각했다. 

그래서는 언제까지고 타인이다. 

그런 관계로 만족할 생각인가.

가나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자고, 시시한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고 싶다. 

나이를 먹어서 정신이 흐려질 때까지, 아니 흐려진 뒤로도. 

외톨이가 된 류지슈에게 "쓸쓸하시겠어요" 하고 창너머로 인사하는 것은 친철한 이웃집 아주머니가 아닌가. 

그 역할에 가나를 놓으면 어떻게 하나. 

몇 번이고 가나와 이야기하자. 

집이 완성되고 나서도 늦지 않다. 우아하는 말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마지막 줄을 읽고, 생각 속에 빠졌다. 

잘 생각해봤다. 

소설 속 주인공의 속마음, 진심은 작가의 문장으로도 모두 표현되지 않았다. 

그냥 최소한을 드러냈다. 오래된 습지처럼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오랜 습지의 고요함을 즐기다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 그 속에 살고 있는 풀들과 곤충들과 물고기와 새들이 할딱거리는 모습을 만났을 때처럼 

눈물을 찔끔한다. 


나는 그(혹은 그들)의 마음을 알지 못한채 헤어졌다. 

말이 없었던 그(혹은 그들)의 마음 속에 살고 있었을 수많은 풀들과 곤충들과 물고기, 새들의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 


멀리 있었다. 가까이 가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늘 관계의 지속이라는 말고 일정한 거리를 뒀다. 안전거리라고 생각했다. 


창을 마주 보고, 창을 사이에 두고 안부를 물으려했던 주인공처럼  

언제까지고 타인으로, 그런 관계에 만족하지도 않을 것이면서, 늘 그리워할거면서 그렇게 살려고 한 것이었다. 


아, 그런 것이었다.


딱 이런 생각을 할 때, 요즘 히트 중인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Stand By Your Man]가 OST로 흘러나온다.  

누가 봐도 설레이는, 아름다운 로맨스 장면이다.  

많은 로맨스드라마와 좀 다른, 사랑 자체의 인격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마다 나오는 OST다. 

[Stand By Your Man]의 해석을 찾아보았다. 다시 한 번 아...., 나는 긴 숨을 안으로 삼킨다. 


순간, 소설속의 '가나'가 되어 '다다시'의 등을 쓸어준다. 


청춘의 격정이 지나간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

그 궁극의 차분함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 소설의 메인 카피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에 나오는 남자, [Stand By Your Man]에 나오는 남자. 


나도 다다시처럼 


멈춰 서듯 다시 생각했다. 

그래서는 언제까지고 타인이다. 

그런 관계로 만족할 생각인가.


떨쳐내야했다. 


그리고, 


마쓰이에 마사시의 첫 작품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주문해서 곁에 두었다. 

작가를 다시 만나기로 한다.  





더보기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 


“우리는 모두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잖습니까. 


저도 다음 페이지를 모르는 채 소설을 써내려갔습니다. 독자들과 페어플레이를 한 셈이랄까요. 시작은 오래된 집만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한 편의 연애소설이 완성되었더군요.”


_출간 기념 작가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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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 By Your Man -Carla Bruni.


Sometimes it's hard to be a woman 

때론, 여자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아요 


Giving all your love to just one man. 

한 남자에게 당신의 마음을 전부 주면서 


You'll have bad times 

당신에겐 힘든 순간이 있을 거애요 


And he'll have good times,  

그리고 그는 좋은 순간을 가지게 될 거에요 


Doin' things that you don't understand 

당신은 이해하지 못 할 일들을 하면서 


But if you love him you'll forgive him, 

하지만 당신이 그를 사랑하는 이상, 

그를 이해해 주겠죠  


Even though he's hard to understand 

그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일지도 몰라요 


And if you love him oh be proud of him, 

그리고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면, 

그대로 멋지게 봐줘요 


'Cause after all he's just a man  

그도 그저 한 남자일 뿐이니까 


Stand by your man, 

당신의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세요 


Give him two arms to cling to, 

그가 당신에게 안길 수 있게 두팔을 줘요 


And something warm to come to  

그리고 무엇이든 그가 다가오게

따듯한 것들을 주세요 


When nights are cold and lonely 

밤이 너무도 차고, 혼자 같을 때 


Stand by your man, 

당신의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세요 


And show the world you love him 

온 세상이 그를 사랑하는 것 처럼  


Keep giving all the love you can 

당신이 줄 수 있는 모든 마음을 담아주면서 


Stand by your man 

그에게 힘이 되어줘요 


Stand by your man, 

그에게 힘이 되어줘요 


And show the world you love him 

보여주세요, 

온 세상이 그를 사랑하는 것처럼 


Keep giving all the love you can 

당신의 모든 마음을 담아서 


Stand by your man 

그에게 힘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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