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천사
허연
천사를 본 사람들은
먼저
실망부터 해야 한다.
천사는 바보다.
구름보다 무겁고
내 집게손가락의 굳은살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천사는 바보이고
천사는 있다.
천사가 있다고 믿는
나는
천사가 비천사적인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상상해왔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천사를 떠올린다.
본드 같은 걸로 붙여놓았을 날개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낭패 당한 천사.
허우적거리다
진흙탕에 처박히는 천사.
진흙처럼 범벅되는 하얀 인조 깃털
그 난처한 아름다움
아니면
야간 비행 실수로
낡은 고가도로 교각 끝에
불시착한 천사
가까스로 매달린 채
엉덩이를 내보이며
날개를 추스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니면
비둘기 똥 가득한
중세의 첨탑 위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측은하게 지상을 내려다보는
그 망연자실.
내가 원하는 천사다.
선거가 한창이다.
나는 민주당의 요즘이 맘에 든다.
가깝게 지내는 분이 있다.
그 분은 최고 대학의 교수이다.
탄핵정국까지는 죽이 잘 맞았다.
그러나,
선거국면에 이르자 우리는 대립각이다.
그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네거티브 기사를 보고 내게 이야기하고,
나는 그가 지지하는 후보의 네거티브 기사를 보고 그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말했다.
이념때문에 월북한 가족처럼 우리는 같은 마음이 되지 못할 거다.
재미있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스포츠처럼 즐긴다는 것이다.
마치 프로축구를 보는 것처럼 그와 나는 각자의 후보를 응원한다.
선거날 이기는 사람이 술을 사기로 했다.
오늘 아침 그가 기사 하나를 링크해줬다.
나의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기사였다.
나는 어떤 기사를 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대신,
허연의 <내가 원하는 천사>라는 시가 떠올랐고,
대답으로 이 시를 보냈다.
그래서 문득 떠오른 시,
내가 원하는 천사는 시인이 말한 '그런 천사'이다.
그런 천사는 나와 같은 천사이고,
그런 천사는 별 거 아닌 천사이고,
그걸 아는 천사이고,
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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