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한잔을 권하다
박상천
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뜨리고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졌듯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금지선 앞에서 멈칫거리고 때로는 그 선을 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라. 그 선이 오늘 나의 후회와 바꿀 만큼 그리 대단한 것이었는지.
낮술에는 바로 그 선을 넘는 짜릿함이 있어 첫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술에서부터 ‘싸아’ 하니
온몸으로 흩어져간다. 안전선이라는 허명에 속아 의미없는 금지선 앞에 서서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그대에게 오늘 낮술 한 잔을 권하노니, 그대여 두려워 마라. 낮술 한 잔에 세상은 환해지고
우리의 허물어진 기억들, 그 머언 옛날의 황홀한 사랑까지 다시 찾아오나니.
이제 거의 다 왔다.
거의 소진되어 남은 것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페북에는 쓸 수 없다.
페북에는 소설가들이 많이 있으므로 나는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공간이 된다.
가끔 정신줄을 놓고 속마음이 들어간 글을 올리게라도 되면, 아차 한다.
어디서든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몇 사람이 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오늘은 일요일.
거의 세달 가까이 일요일 없이 회사에 나오고 있다. 미쳤다.
지난 주에는 해가 뜨고서야 집으로 들어갔고, 하루는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런 삶이 맞나 하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결론은 아니지.
하지만 내일이면 플랫폼이 올라가고, 정상적으로 플랫폼이 돌아가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새로운 국면은 전혀 경험하지 못했으므로 지금의 삶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버티는 중이다.
그런데 왜 낮술 시냐면,
아 무엇보다 소설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소설을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만들자는데는 커다란 명분을 두고 일을 했다.
지금까지 모바일의 소설, 흔히들 말하는 웹소설은(이렇게 말하면 누군가에게 돌을 맞겠지만) 퀄리티에 대한 보장을 누구도 해 주지 않았다.
출판사에서 만드는 플랫폼은 출판사의 오랜 경험으로 보다 괜찮은, 재미있는 소설을 서비스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라 너무도 힘든 과정을 겪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은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
때에 따라 필요한 소설, 기분에 따라 읽으면 좋은 소설, 삶이 나아지는 소설,....
소설가들도 낯선 상황이라 많은 작가들을 섭외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작가들임은 분명하다.
아... 낮술;;;
엄청 좋아하는 작가인 <이원식의 타격폼>의 박상 작가님도 연재에 참여하시는데,
좀 전에 작가님의 단편을 이번주에 무료로 서비스하고 싶다고, 그러자고 하다가 대화 말미에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쓰겠다고 하신다.
"왜 내일부터요?"
"지금 낮술 중이거든요."
"아... 낮술, 세상이 환해지는 낮술요?"
"..."
"제가 낮술 시 한 편 보내드릴게요. 낮술을 드실 명분이 팍팍 생길 겁니다."
나는 낮술을 마시는 영혼을 좋아한다.
빛에 발산된 영혼.
보내드렸더니
"이거 눈이 밝아지는데요."
그니까... 다시 봐도 낮술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시는 없다.
낮술을 마시지 못하고, 이 화창한 일요일에도 일을 하고 있지만,
낮술을 마시는 영혼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는 중이라 위로가 된다.
몇 몇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의 영혼을 사랑한다.
내가 만들고 있는 에브리북에서 많은 소설가들이 더 많은 독자를 만나 그들의 영혼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
진심 그런 마음이다.
가수가 팬의 힘으로 노래하듯, 소설가들도 독자의 힘으로 더 재미있는 소설을 쓴다.
추신:
민망하지만, 지금 만들고 있는 소설 읽는 플랫폼은 에브리북이라는 이름인데, 링크를 걸어본다.
내일 오후 2시 이후에 열린다.
오다 가다 혹 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한번 들어가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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