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시간 1
허연
내 온몸에 가시가 있어 밤새 침대를 찢었다.
어제 나의 밤엔 아무것도 남지 못했고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했다.
가시는 아무런 실마리도 없이 밤마다 돋아 나오고
나의 밤은 전쟁이 된다.
출구를 찾지 못한 치욕들이 제 몸이라도
지킬 양으로 가시가 되고 밤은 길다.
가시가 이력이 된 날도 있었으나 온당치 않았고
가시가 수사가 된 적이 있었으니
모든 밤을 다 감당하진 못했다.
가시는 빠르게 가시만으로 완전해졌고 가시만으로 남았다.
가시가 지배하는 밤. 가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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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에 의하면 온전히 분리된 '단일한 것'은 없다. 모든 단일한 것은 다른 단일한 것과의 '효과'의 끝없는 연쇄 속에서 존재한다. 우리는 치욕을 가무고 나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기른다. 내 몸의 가시가 문제가되는 것은 ㅇ그것이 다른 몸에 '전쟁'의 효과를 새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처럼 가시의 정체를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가시가 되지 않는다. <오민석, 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http://news.joins.com/article/19723146
고슴도치는 자신의 가시가 자신을 찌르지 않으므로 가시를 느낄 기회가 없다. 오직 '존엄한' 인간만이 '내 온몸'에 뻗친 가시를 본다. 그것은 황망하고 부끄러운 거울이지만, 그것을 본 자만이 가시의 폭력성을 제어할 수 있다. 제 몸의 가시를 보는 일은 가시에 찔리는 것보다 더 아프다. 시인은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민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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