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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멋진 시가 없을까?

by 발비(發飛) 2016. 9. 6.

모든 것은 가고 또 되돌아온다.

모든 것은 죽고 또다시 피어난다.

모든 것은 부서지고 또다시 결합한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힘을 내야 하는데, 멋진 시가 없을까.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였다. 

왜 그렇게 사니? 하고 누군가 질문을 할까봐 두렵다.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내일 혹은 모레 어디쯤에 무엇으로든 쌓인다. 

나는 그 쌓인 높이 만큼 좀 수월할 수 있었다. 


요즈음은 어떤 미래를 위해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내 몸이 허물어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컨디션이 엉망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엉망이다. 

제동장치 없이 내리막을 굴러가는 바퀴처럼 멈출 수가 없어서 굴러가는 느낌이 딱 이런 것일거다. 

그렇다라도 움직일 때마다 다른 풍경이 스치고, 그 풍경에 잠시 넋을 잃기도 한다. 

그것이 삶의 유일한 낙이 되기도 한다. 


어제는 퇴근 즈음 받은 작가의 전화에 마음이 이상했다. 

여보세요를 하자마자,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은 처음 듣는 말이다. 

혼자 살면서 일을 하면서 누군가가 내 퇴근을 기다린 적이 한 번도 없는 지라,

기다린 사람이 아니라 함께 가는 사람들이 거의 내 곁에 있었으므로,

한 곳에서 멈춘 사람이 말하는 듯한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별 의미 없는 인삿말이었겠지만, 나는 단 몇 분간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빵하고 웃는 소리에 작가가 당황을 하긴 했지만, 그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내일부터는 가을학기 수업이 있다. 

준비를 많이 하고, 의미있는 시간이고 싶은데 생각만큼 준비를 하지 못했다. 

몸 컨디션이 좋으면 좀 다를텐데, 뭘해도 에너지가 올라오지 않으니, 이제 그들에게 에너지를 얻을 궁리를 하고 있다. 

꿈이 가득한 친구에게 나는 전문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일텐데, 

오래전 누군가가 한 말처럼 나는 이미 누군가의 꿈일지도 모를텐데,

나의 무기력을 적에게 알리지 말자.


티나지 않게 살짝 이 무기력한 가을을 넘어보자. 

나아진다면 다행이고,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때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자.


어제 티비에서 르네상스시대 메디치 상인들은 카톨릭에서의 연옥을 반겼다고 했다. 

자신들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니, 

지옥은 예약일텐데, 지옥이긴 지옥인데 나올 수도 있는 지옥인 연옥이 생기면서 천국을 가기 위한 노력은 연옥에서 하는 걸로 생각했다 한다. 

돈을 많이 물려받은 자손이 교회에 헌금도 하고, 기도도 해주고... 그때 피렌체에서 천국을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였다. 

별 생각을 안하고 보면서도 지옥은 참 귀찮고 힘들겠다는 생각은 했다. 아마 무기력에 기인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 몸으로 이 귀찮음으로 지옥에 간다면 얼마나 지옥 같을까... 지옥은 싫다 생각하며, 나는 연옥도 싫다 생각하며

르네상스시대 상인이야기를 보았다. 


말도 안되는 생각들만 하는 요즘인데,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함께 분석하고, 그런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는 마음을 생기게 하고, 그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하는지에 대해 정말 잘 말하고 싶다. 힘을 내서 그렇다고 해야 한다. 그들이 언젠가 같은 무기력에 빠지지 않도록 그들에게는 든든한 학창시절이 될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힘을 내야 한다. 


멋진 시가 있었으면 좋을텐데, 멋진 시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아 시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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