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5시 콩나물국을 끓이다.
토요일 오후 4시 또 콩나물국을 끓이다.
일요일 오후 2시 또또 콩나물국을 끓이다.
이런 일은 일년이면 두어번쯤 일어난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부대낌, 어쩌면 모든 것을 바꾸어서라도 사라졌으면 하는 거북함.
이건 과음에 의한 숙취다.
청하
생맥주
럼칵테일
이런,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라니, 이걸 뱃속에 이것들을 몰아넣고도 내가 무사하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왜? 왜 마신거지?
브레이크가 안 걸려서...
왜 안 걸렸어?
아예 브레이크를 떼고 갔거든...
그럼 작정하고 마셨다는 말?
딱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포함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뭔일?
때가 되었으니, 찰랑거리기는 하는데, 넘치지는 않고, 넘치기를 기다리는데 한 방울 보태어지지도 않고,
엎었다는 말?
넘치지 않으니 엎어야지. 사실은.......................기억이 안 나....
제대로 엎은 듯 하다.
이제 찰랑거리는 컵이 없다.
쏟아진 물은 행주로 싹 닦았다.
빈 컵이 앞에 놓여있다.
긴장을 하느라 숨쉬는 것마저 조절해야 한 시간들이 지나가고,, 나는 이제 습관처럼 쉬어대던 한숨도 쉴 수 있다.
한번 뒤집고 나니..........
한동안은 간혹 떨어지는 물방울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볼 수도 있게 되었다.
방금을 포함 3일째 콩나물국을 먹은 것이 열번도 넘는다.
콩나물국을 또 마시며
콩나물국에 든 콩나물을 아삭아삭 씹으며,
살아, 돌아가기 위해 아삭아삭 씹으며,
질기기도, 안 질기기도...................한 콩나물이다 생각한다.
금요일밤부터 꼼짝 않고 않아 퀼트로 지갑을 두개나 만들었다.
바느질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느질만 했다.
오른쪽 검지가 부풀어 오르면서 아리지만 괜찮다.
핸펀에 이상한 사진이 찍혀있는 걸 오늘 아침에야 봤다. 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이런... 뭘 축하한거지? 또 다시 절망~
그러나.. 긍정 마인드로.. 다시 생각해보면,
과음, 필름 끊김, 숙취, 해장.................이 과정은 대나무의 마디를 건너는 것과 같다.
분명 전과 다른 공간이다.
나는 그것을 원한 것일까?
ㅇㅇ
숙취의 고통을 잊기 위해 머리를 부여잡고 이틀 밤새 만든 지갑 두 개 ...너무 맘에 든다.
제대로 바닥을 치지 않았다면 당췌 해내지 못했을 일이다.
생산성 하나는 죽인다...
내가 오랜 시간 나자신을 체험한 경험에 미루어보면 대바늘뜨게질을 하거나 바느질을 할 거리를 찾으면 내가 뭔가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짓거리를 하고 나면 좀 평화로와진다. 신기하게도 난 정말 생산적이다.
장하다!
바늘의 무렵
김경주
바늘을 삼킨 자는 자신의 혈관을 타고 흘러 다니는 바늘을 느끼면서 죽는다고 하는데
한밤에 가지고 놀다가 이불솜으로 들어가 버린 얇은 바늘의 근황 같은 것이 궁금해 질 때가 있다
끝내 이불 속으로 흘러간 바늘을 찾지 못한 채 갖고은 그 이불을 덮고 잠들었다
그 이불을 하나씩 떠나면서 다른 이불 안에 흘러 있는 무렵이 되었다.
이불 안으로 꼬옥 들어간 바늘처럼 누워 있다고, 가족에게 근황 같은 것도 이야기하고 싶은 때가 되었는데
아직까지 그 바늘을 아무도 찾지 못했다 생각하며 입이 안 떨어지는 가혹이 있다
발설해서는 안되는 비밀을 알게 되면, 사인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궁녀들은 바늘을 삼키고 죽어야 했다는 옛서적을 뒤적거리며
한개의 문에서 바늘로 흘러와 이불만 옮기고 살고 있는 생을, 한 개의 문에서 나온 사인과 혼동하지 않기로 한다
이불 속에서 누군가 손을 꼭 쥐어 줄 때는 그게 누구의 손이라도 눈물이 난다. 하나의 이불로만 일생을 살고 있는 삶으로 기꺼이 범람하는 바늘들의 곡선을 예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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