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所信 [명사]굳게 믿고 있는 바. 또는 생각하는 바.
노무현전대통령은 돌아가셨고,
유시민전장관은 울었다.
최고의 엘리트였던 유시민은 노무현을 존경한다고 했고,
그에 적합한 행동으로 일관했다.
노무현이 그랬듯
외부가 어떻게 변하든, 자신을 믿고 자신이 믿는 대상에게 끝까지 함께 해주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있으나
나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소신이라는 말을 잊었다.
둘 소, 믿을 신
소신을 잊고 살았던 것은 삶의 중심이 잊고 산 것과 마찬가지,
그래서 흔들리는 것이다.
노무현전대통령에게 소신이라는 말을 붙이며 그를 추도하였다.
살아있는 자, 누구에게 소신이라는 말을 붙여줄 것인지 생각한다.
감정주의적인 나, 나 또한 소신을 정하고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실천주의자가 되어보고자 한다.
소신은 정치나 경제와 같은 큰 곳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삶에서도 소신이 가져서 실천주의자가 되어보고자 한다.
서울역 분향소에서
유시민
연민의 실타래와 분노의 불덩어리를 품었던 사람
모두가 이로움을 좇을 때 홀로 의로움을 따랐던 사람
시대가 짐지운 운명을 거절하지 않고
자기자신밖에는 가진 것 없이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사람
그가 떠났다
스무길 아래 바위덩이 온 몸으로 때려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껴안고
한 아내의 남편
딸 아들의 아버지
아이들의 할아버지
나라의 대통령
그 모두의 존엄을 지켜낸 남자
그를 가슴에 묻는다
내게는 영원한 대통령일
세상에 단 하나였던 사람
그 사람
노무현
넥타이를 고르며
유시민 09.05.27
옛임금의 궁궐 안뜰에서 열린다
정권과 검권과 언권에 서거당한 대통령의 영결식
죄없는 죽음을 공모한 자들이
조문을 명분삼아
거짓 슬픔의 가면을 쓰고 앉아 지켜보는 그 영결식
그래도 나는 거기 가야만 한다
내 마음속의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작별하기 위해서
검정 싱글 정장을 깨끗이 다려두고
넥타이를 고르면서 묻는다
꼭 검은 것이라야 할까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자들과 같은 것을 매고서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였던 사람
스스로 만든 운명을 짊어지고 떠난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넥타이를 고르며
눈을 감고 꿈을 꾼다
5월 29일 서울시청광장 노제에서
노란 풍선 백만 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것을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
사람사는 세상
7년전 우리가 나누었던 그 간절한 소망이
봄풀처럼 다시 솟구쳐 오르는 것을
시대가 준 운명을 받아안고
그 운명이 이끄는 대로 삶을 마감했던
그이의 넋이 훨훨 날아가는 것을
백만개의 노란 풍선에 실려
운명 따위는 없는 곳
그저 마음가는대로 살아도 되는 세상으로
다시 눈을 뜨고
넥타이를 고른다
옷장 한 켠에 오래 갇혀있었던
노랑넥타이
서울 분향소에서 2
유시민 09.05.28
노랑넥타이때문에 봉하마을 장의위원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영결식에 대해
혹시라도 누가 되는 말이 날 수 있기에 자제해
주기 바란다는 요청입니다.
장의위원의 한사람으로서 외면할 수 없는 요청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검정넥타이를 매기로 했습니다. 영결식장
안에서만 검정넥타이를 매겠습니다. 밖에서 매는
것까지 문제가 되기야 하겠습니까.
국민장은 국민 모두가 상주이며 동시에 문상객인 장례입니다.
상주와 조문객이 서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주고받는 서울역 분향소에서, 날마다 조금씩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물기가 다 빠져나갔는지
이제는 눈물이 나지 않네요.
내일, 노란 옷, 노란 리본, 노란 풍선, 노란 스카프...
슬프지만 우울하지 않고,
슬프지만 어둡지 않은 분위기에서
우리 마음속의 영원한 대통령을 보내드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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