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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산도르 마라이] 하늘과 땅 중에서

by 발비(發飛) 2009. 7. 27.

 

 

<하늘과 땅> 중에서

 

산도르 마라이

 

온 힘을 다해 마음껏 글을 써라. 그들의 충고에 귀 기울이지 말고 그들의 취향과 유행, 명령에 개의치 말라.

서로 싸우고 당신을 규정짓는 일은 그들에게 맡겨라. 당신은 다만 온 힘을 다해 글을 쓰는데 전부를 바쳐라.

그밖의 일에는 절대로 눈길을 돌리지 말라. 문장이 완전하고 솔직하고 조화로우며, 풍부하면서 냉혹하고, 절

도 있으면서 진실하기 위해서 필요한 반 시간이나 반나절을 주저하지 말고 선사하라. 성숙의 기간이 지나가

고 더 이상 피할 수 없어서 어느 날 글을 쓰게 되기까지 필요한 십 년, 아니 이십년을 아까워하지 말라. 당신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말라- 당신이 글을 쓰는 일에 건강과 행복 전부를 바치지 않는다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당신이 할 일을 하지 않고 맡은 임무를 완수하지 않는다면 행복하거나 병이 드는 게 일년 아니 백

년후에 무슨 대수이겠는가? 전부를 바쳐라. 명심하라! 온 힘을 다해, 조건 없이, 마음껏 주어라. 전부를 바치

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 임무이니 오직 그렇게 하는 길

만이 순리일 것이다.

 

 

산도르 마라이의 소설을 읽는 간간히 산문집인 <하늘과 땅>을 읽는다.

뭐랄까....

뭐랄까....

 

그의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끌려간다.

끌려간 그 곳은 끝이다.

그는 언제나 끝을 이야기한다.

끝을 목적으로 한다.

그에게 가는 길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그 단호함이 마치 성경을 읽을 때와 비슷하다.

어쩌면 그렇게 확고할 수가 있을까?

 

삶을 빈틈없는 견고함으로 말한다.

우리는 삶에 대해서, 다른 어떤 것들(자연이나, 사물이나,, 의 것들) 보다 참 많이 관대했을런지도 모른다.

삶이니까... 내가 한 것들, 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이유를 붙인다.

그러고보면, 자연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 몫을 다하면 언제나 그것으로 끝이다.

그리고 자연은 그 전에 그 몫을 다한다. 그 할 바를 다한다.

삶에는 관대했다.

 

나 자신에게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 요즈음,

산도르 마라이는 내게 핑계를 대지 말라고 한다.

전부를 바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그 댓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임무이고 순리라고 말한다.

삶은 원래 그 끝까지 하는 것을 전제로 시작된 것이다. 그것으로 처음부터 예측하고 셋팅한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으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전부를 바치라고 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지금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면, 전부를 바치지 않은 것이다.

 

그래 그런 것일지도 몰라..

 

그는 너무 단호하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너무 단호해서, 해야 할 일들을 명령하고는 언제까지 돌아오겠다고 말하고는 사라지는 어느 날의 엄마 모습같다.

엄마의 뒷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주루룩 났던 그 때가 생각난다.

눈물이 난 것은 그것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면...

 

 

天將降大任於是人也신대

必先苦其心志하며 勞其筋骨하며 餓其體膚하며 空乏其身하여 行拂亂其所爲하나니

所以動心忍性하여 曾益其所不能이니라

 

-하늘이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고 하실 적에

반드시 그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고 몸을 힘들게 하고 배를 곯게 하고 사람을 곤궁하게 하여 행함에 하는 바를 혼란스럽게 만드니,

그 이유는 마음을 격동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여 능하지 못한 바를 키우게 하기 위해서이다.

(孟子 告子 章句 下 十五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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