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은 봄 철쭉 산행으로 유명한 곳이다.
몇 년전에 다녀온 후기가 http://blog.daum.net/binaida01/8333989에 있다.
그 곳을 다녀왔다.
지난 등반은 황매산 남쪽으로 올라가 정상을 밟았다면,
이번에는 단적비연수와 태왕사신기의 촬영지라고 알려진 황매산의 뒷편으로 올랐다.
물론 산행이랄 것도 없는 짧은 시간.. 그것도 지름길로만 억새를 가로질러서...
타이밍이 죽인 것이지.
해가 지고 있었다.
서쪽으로 길게 넓게 이어진...첩첩히 늘어선 지리산 능선 너머로 해가 지는데...
좋았다.
몇 번의 탄성을 지르고도 부족했던 아름다움.
철쭉들이 만발하던 곳에 억새가 가득했다.
산은 어찌 그런가 싶었다.
몇 달전에는 온통 분홍으로 가득하더니,
시치미 뚝 떼고 이번에는 고즈넉한 갈색이 되었다.
기품있게 잘 늙은 중년의 느낌이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억새들 사이를 걸으며 나는 내게서 나는 숨소리가 민망했다.
내가 듣는 내 숨소리는 속으로 우는 억새?들 사이에서 씩씩거리며 살겠다고 우기는 소리 같았다.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미] 리턴 우유니 & 티티카카 (0) | 2008.12.15 |
---|---|
[업데이트1편]삼청동 고희 (0) | 2008.11.06 |
채석강 불가사리 (0) | 2008.10.10 |
강화- 보이지 않는 거리 (0) | 2008.07.29 |
[페루] 우로스섬 (0) | 2008.02.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