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EBS에서 <안데스> 라는 다큐를 하고 있다.
지금 안데스의 인디오들이 변하고 있는 중이라는 내용인데,
역사 속의 그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얼마나 견디었으며, 현재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남미 인디오에게 가지는 느낌은 거의 전설의 수준에 가깝다.
마추픽츄가 불과 몇 백년전의 일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던 것처럼 그들 역사의 모든것은 역사이전의 것이였던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존재감의 문제이다.
존재감!
하늘과 땅이 붙어있어 숨이 막히는 곳이지. 숨이 턱 막히는 우유니...남미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
그리고 티티카카호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큰 호수 한 가운데에 섬이 있다.
그 섬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티티카카 호수 한 가운데 섬 아주 조그만 집에서 민박으로 하루를 묵었다.
방 안과 화장실은 깨끗했고 너무나 소박하지만 따뜻했던 스프를 한끼 밥으로 대접 받았었다.
그런데 오늘 EBS <안데스>에서 같은 곳이 나왔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과 관광지 호수를 끼고 사는 안데스 인디오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해방은 되었으나 여전히 식민지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무임의 노동으로 연명만 하고 살고 있었다고 했다.
내가 묵은 요할슨네 작은 집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녀가 왜 우리들에게 그렇게 정성을 다했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정성을 다 한 것이다. 요할슨에게 새로운 삶을 주기 위해 우리에게 정성을 다한 것이다.
여행생활자 유성용은 자신이 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삶이 나에게 뺨을 때렸다고 생각해서 떠났다."
홀로 히말라야를 일년반을 떠돌았다고 그리고 고독과 쓸쓸함에 대한 단상들을 <여행생활자>라는 책에 담았다.
그리고 하나 잊지 못할 말을 했다.
"밖을 보고 나를 줄여갈 때, 진정한 여행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존재는 내가 아니었을 때만 비로소 그가 그일 수 있는 것이다."
삶이 나의 뺨을 독하게 때릴 때
피한 것이 여행이다. 그런데 그 여행 중에 나만이 가득하다면 여행은 이미 여행이 아닌 것이다. 여전히 뺨을 맞고 있었을런지 모른다.
내가 아니기만하면 그가 될 수 있는 것이고, 그의 실체가 보이는 것이다.
유성용이 한 마디를 더 옮긴다.
"회의 없는 여행은 의미가 없다."
오늘 난 비로소 내가 일년 전에 다녀온 여행에 회의를 가졌다.
내가 디딘 우유니소금사막이
남미 인디오들에게는 농사를 지을 땅과 기를 가축이 없어 마지막으로 살아남기 위해 떠나온 염전이었다는 것을...
그곳에서 한모금의 물을 먹기 위해서는 졸졸 흐르는 작고 얕은 샘물에 한참이나 쪼그려 받아야 내어야 하는 곳임을...
몰랐다!
농사를 지을 수 없기에 땅이 가장 밉다고 말한 말몰이 작은 소녀, 원초적인 한을 지녔을 그 아이는
어쩌면 내가 그곳에서 일달러라고 외치는 말을 혐오하며 스쳤던 그 소녀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큐를 보는 내내 얼굴이 뜨거짐을 느끼고 회의를 느낀다.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을까하며 궁리를 하다 마주친 다큐 한 편은 왜 내게 여행을 허락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인듯 싶었다.
여행은 밖을 보고 나를 줄이는 일이다.
몰아지경!
'급박하고 변화무쌍하면서도 한편 너무 따분한 이생에서 우리가 뭔가를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늦은 일이다.
사랑하면 당신의 사랑은 이미 고갯마루를 넘어선 것이며 이제 너무 혼자라면 그대는 이미 혼자인 시간들을 끝내가고 있는 것이다.
죽고 싶다면 이미 살 만해지는 것이고, 살 만하다면 이제 죽을 일만 남은 것이다.'
그들의 삶이 E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안데스> 라는 다큐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라면,
이것을 여행생활자 유성용의 이야기를 빌려본다면 어느 정도까지 온 것일까?
주말에 <안데스>라는 다큐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사색가 유성용의 세계테마기행 <시킴, 부탄왕국을 가다>4편도 함께 보았기에
안데스를 보면서 새삼 치부를 드러낸 나의 여행증상을 그의 해법으로 진단해보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내 친구들에게 작벽인사를 하며 발바닥이 간지럽거든
내가 지구의 반대편 남미에게 발을 구르며 안부를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지금 난 발을 구르며 말해본다.
미안했다! 그리고 고맙다!
먼데 땅에서 사는 이들여!
<여행생활자>를 천천히 다시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일년전 내가 다녀온 남미 5개국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싶다.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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