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 저 | 디자인하우스| 원제 Simple Food for the Good Life | 2001년 09월 발간
4. 5년 전부터 있었던 책이었는데...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는 한마디로 재미가 없어서 그냥 덮었었다.
휴가 중 방을 떼굴떼굴 구르다가 책꽂이 맨 아래칸에 꽂혀있던 [소박한 밥상]. 눈에 들어왔다.
율도국의 의식주 중에 '식' 부분의 지침서였다.
-잠시 딴 소리-
꽤 많은 책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다 읽은 것은 아니다.
읽으려고 욕심을 내어 사 두었다가 용량이 딸려 포기한 책.
카피나 제목에 혹했다가 영 아니라서 접은 책.
아직 검증도 못한 책.
이런 책들이 책꽂이 여기저기에 꽂혀있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물건들 같으면 익숙한 것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데... 책은 읽지 않은 채 꽂혀 있는 것들이 가시처럼 뾰족히 앞으로 나와있다.
책도 닳는 것인가?
한 권을 읽을만치 만져주고 얼러주면 적당히 닳아서 책꽂이 안으로 쏙 들어가 자리를 잡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은 유난히 앞으로 돋아나와 있다.
눈에 띈다.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언제고 읽게 되기는 한다.
아마 내가 나의 용량으로 도저히 읽어낼 수 없는 책들도 가끔 사다가 책꽂이에 꽂아놓는 걸 보면
나를 속이는 나의 계략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내 책꽂이는 장미넝쿨이다.
내가 잘 읽어서 한 송이 아름다운 장미의 모습으로 미소짓기도 하고
내가 읽지 못한 것들은 솜가시 뾰족한 꽃봉오리인듯, 피어난 장미사이의 가시인듯 뾰족히 입 내밀고 있고
좋다.
향긋한 냄새가 난다.
내 책꽂이...
-잠시 딴 소리 끝-
몇 년 사이 꿈이 생겼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웃었지만, 그리고 웃겠지만,
난 율도국을 세우고 싶다.
홍길동에 나오는 율도국. 작은 율도국.
강원도 어느 산골이나 전라도 지리산 근처 어느 산골이나... 적당히 깊은 산속에다 집을 짓고 살고 싶다.
여행을 다니면서 소박한 대문들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것은 내가 율도국으로 들어가면 내 손으로 만들 수 있을만한 아주 만만한 대문들이다.
산속에서 대문이라니?
그건 영역표시의 욕구이지.. 난 동물이니까... 허전하니까...
가능하다면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면,
100미터 간격으로 집을 한 채씩 지어서
난 배추와 무를 짓고
거기 누구는 상추와 고추를 심고
거기 누구는 도라지도 심고
그렇게 약간씩 나눌 수 있다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꿈이 아니라...
이제 다시 [소박한 밥상] 책이야기로 돌아간다.
분명 재미없다며 던져놓았던 책이 오늘은 마치 교본처럼 술술 넘어간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살면 되는구나
이렇게 산 사람이 있구나
이렇게 산 사람이 행복하다는구나
한 장 한 장을 교본처럼 읽으며 내가 꾸고 있는 꿈이 실사로 다가온다.
잘 됐다.
난 식당음식을 한 달 쯤 연달아 먹으면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럴 때는 식당음식을 끊고(?) 하루나 이틀 정도 조리하지 않은 순수 야채만 좀 먹어주면 속이 편안해진다.
헬렌 니어링이 그런 제시하는 음식들이 대체로 그런 것들이다.
유제품도 향신료도 조미료도 쓰지않고
순수한 야채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로만 조리한다.
그것들이 각광을 받았다고 자신있게 말하더라.
잘 됐다.
나도 그래야지.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조금씩 구체화되는 듯 해서 읽는 내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헬렌 니어링에게는 스콧트 니어링이라는 강력하고 흔들림없는 동지가 옆에 있었단 말이지.
그 부분이 걸리긴 하지만..
그래서 난 지금도 틈만 나면 이야기한다.(사실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말하지 못했다. 답도 받지 못했다)
율도국으로 들어가 자급자족의 생활을 할 생각이 없냐고...
없을까?
언젠가는 율도국에서 살 나의 의식주 중에 '식' 에 관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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