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피 한방울이 마를 때까지 온갖 방법으로 다 시도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실패해버렸지만
주여 마흔여덟 장의 화투를 다 모아야만 고도리에서 스톱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석 장이면 됩니다.
언제쯤 필요한 석 장이 제게 쥐어질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장수하늘소' 작가 후기 중에서
아... 다 잊어버렸다.
어쩜 그의 모든 작품은 그 때문에 다 잊혀졌을런지 모른다.
요즘 이외수가 그의 글쓰기 교습서의 제목처럼 가볍게 '공중부양'을 하고 있다.
1981년 그는 장수하늘소를 출간했고,
1986년 나는 '장수하늘소'로 그를 처음 만났으며,
(그 사이 내내 이외수를 읽으며... 물론 이외수만은 아니고)
1992년 벽오금학도를 마지막으로 이외수의 소설과 작별했다.
2006년 장외인간을 읽으려다 실패했다. 읽혀지지가 않았다.
최근 하악하악이 여기저기에서 튀어오르고 있지만, 외면하였다.
...그러다
무릎팍 도사를 보았다.
다운을 받아서 다시 보았다.
...좋았다.
오래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늘 칼을 차고 있던 친구가 아주 편안한 모습, 혹은 부자가 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그 친구가 잘난 척도 하지 않고/ 그 친구가 있는 척도 하지 않고/ 언제나 그 친구 안에 있었던 느낌이었다.
마치 좋은 꿈을 꾸는 듯이 평화로웠다.
그 느낌의 정체를 '장수하늘소'의 작가 후기에서 찾았다.
"마지막 피 한방울이 마를 때까지 온갖 방법으로 다 시도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실패해버렸지만
주여, 마흔여덟 장의 화투를 다 모아야만 고도리에서 스톱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석 장이면 됩니다.
언제쯤 필요한 석 장이 제게 쥐어질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으로 그를 나와 같은 세상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방금 그친 비에 젖은 노란 꽃과 그 꽃 위를 날고 있는 나비의 아름다움.
그 세상은 내 옆에 있었지만 내 세상이 아니었듯,
내 손에 닿지만 내 세상은 아니듯,
아마... 장수하늘소를 읽을 즈음
그때 난 이 후기를 칼날같은 처절함 혹은 절박함으로 읽었을 것이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방금 그친 비에 젖은 노란 꽃과 그 꽃 위에 앉은 나비의 아름다움으로 읽었다.
그가 돌아와서(어떤 모습이든..)
그를 통해서 시간의 변의를 알게 되고
그를 통해서 시간이 주는 단어의 변의를 알게 되고
그를 통해서 시간이 주는 삶의 변의를 알게 되어 감사한다.
그래서 그가 돌아와서(드라마에 해적으로 나온다해도)
내게 장수하늘소의 후기에 썼던 한 구절을 다시 되새기게 된 것에 감사한다.
짐작할 수 없는 삶을 산다.
시간안에서 사는 삶을 느낀다.
내 몸 옆으로 흘러가는 시간들이 잔잔히 느껴진다.
내 몸을 싸안고 시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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