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칼'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구구절절'이라는 말도 생각났다.
전반적으로 잔잔하다.
불편함없이 동요없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러다 딱 어디에서 숨이 멎는 듯 가슴이 뛰는 느낌! 단 한 줄이면 된다.
아무리 긴 글이더라도 단 한 줄을 위한 준비일 뿐이다.
이 책은 청소년성장소설이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음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잔잔히 들려준다.
전편에 내내 깔리는 강물처럼 ...
읽는내내 삶은 되새김질이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고 했던가..
그렇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초등학교 때 다시 .. 중학교 때 다시.. 고등학교 때 다시.. 계속해서 다시 다시 듣고 되새기고..
그런 과정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이고 삶은 이런 것이다 하고 듣고 배우고 이해하고 ....
그런 것들의 반복.
끝자락까지 삶과 죽음이라는 관념의 무게를 시소타기 하는 어지러움... 엉덩방아.
그러다 문득 끝인....
그럼에도 끝인 순간까지 끊임없이 '삶'이라는 숙제에 대해 인지하고 확인하고 검증하고의 반복.
아름다운 의미로서의 '삶'과 힘겨운 의미로서의 '삶'까지 모두 끌고가면서 말이지.
끝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은 그런 각각의 '삶'이 그저 '삶'이라는 한 글자로 제대로 팍팍 어우러지는 그 때.
난... 아주 담백하고 소박한 음식을 먹은 듯 깔끔했다.
삶 곁에 죽음이야기인데도 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문장같지만, 경험해 본 것에 대한 동의라고날 할까?
글이라는 것은, 읽힌다는 것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긍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르다 다르다 하지만 결코 그리 다르지 않다.
종이 한장 두께 차이가 나서 천지간을 나누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종잇장이라고 볼때 보편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많은 공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문장이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며....
우리는 대개 즐겨하는 것들에게서 상처를 받고 그들 앞에서 피를 흘리게 된다.
남녀의 경우가 그렇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고 여자가 만나는 처음 그 생경스러운 설레임 끝에는 언제나 아픔이 온다.
맛난 음식이 그렇고, 좋아하는 일이 그렇고,, 세상의 것들 대개가 그렇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무서워했던 것들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보면,
무서움이 익숙함으로 변하고, 싫어하는 것들에게는 감정이 무디어진다.
그리고 익숙함과 편안함은 꽤 오래간다.
무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의미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맡기는 것이지....
온 몸에 힘을 빼고 그저 잠시만 견디자 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다보면 서서히 익숙해진다. 다른 것들이 보인다. 긍정적인 모습 말이지. 나를 품어주지!! 꽤 오랫동안!!!
열 몇 살은 어떻게 읽었을까?
난 아주 평화로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마치 잠언집을 읽듯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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