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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페루] 우로스섬

by 발비(發飛) 2008. 2. 20.

페루에 가면 하늘호수라 불리는 티티카카호가 있다.

 

분명히 섬인데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다.

섬인데 땅은 아니다.

 

 

'토토라'라는 갈대가 말하자면 이 우로스섬의 흙인셈이다.

이 토토라는 티티카카호의 주변으로 넓게 자라고 있었는데,

이 토토라 갈대는 섬이 되고 집이 되고 배가 되고 간혹은 먹는 간식거리도 된다.

 

섬이 되는...

우로스섬에 갈대가 쌓인 높이는 2미터정도란다.

그런데 그 맨 아래는 물과 닿아있으니 매일 가장 밑바닥은 썩어내리고 있는 것은 뻔한 일,

이들은 매일 썩어내려가는 높이만큼 토토로를 위로 쌓아올린다.

맨 위는 꺽어먹어도 될만큼 싱싱한 토토로다.

그 맛은 옥수수 껍질맛, 옥수수 삶을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한 맛이다.

느낌은 좀 이상했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집도 배도 모두 토토로로 만드는데... 이 갈대가 우리가 아는 갈대처럼 연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몇 백년동안이나 이러고 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안다.

 

 

이 배-'바루사'- 진짜 튼튼하단다.

갈대로 만든 배가 몇 시간씩 며칠 씩 고기잡이를 나가도 끄덕이 없다니,

거기서 그들이 사는 것은 이유가 있다.

어쩌면 그들을 위해서는 --- 이렇게 말하는 것은 우리의 잣대겠지만,

그들이 정말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그 넓은 남미의 땅 어느 구석에 자리를 잡고 살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름 땅 아닌 땅에서 사는 조건이 맞아 2008년에도 그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이 곳에도 아이들이 살고 있다.

배가 들어가자 물건을 파는 여자들이 몰려들었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스페인어로 가이드는 떠들고...

슬그머니 그들에게서 빠져나가 놀고 있는 아이들틈에 끼어들었다.

한 아이가 내가 들고 있던 카메라에 관심을 가진다.

그 아이에게 카메라 작동법을 알려주고 카메라를 맡겼다.

아이들이 동시에 흥분을 해서 잠시 긴장했지만, 곧 장내를 정리시키고 아이에게 우리를 찍어달라고 했다.

잘 해냈다.

한 번도 만진 적이 없는 카메라를 잘도 만지면서 나를 수십장은 찍었을 것이다.

모두 쓸만하다.

 

 

 

아이들은 아예 맨발로 산다.

나의 취미인 여행지에서 발찍기!

처음에는 양말을 신고 이렇게 발을 모았었다.

뭔가 이상하고 민망하고... 양말을 벗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발이 너무 까맣고, 너무 부었고, 너무 찼다. 아이들의 발인데... 다시 양말을 신었다.

 

 

 

 

잠시를 머물렀다.

왠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토토라를 멋쩍게 씹으며 아이들에게 기대어 시간을 보내다 빠져나온 곳이다.

걸을때마다 온 몸이 쿨렁쿨렁거렸다.

 

섬인데

지도에 없고

섬인데

흙이 없고

섬인데

갈대와 사람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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