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오 꼬르따사르가 1968년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처형당했을 때 그 심정을 시로 노래한 것입니다.
훌리오 꼬르따사르 (1967년 10월) JULIO CORTÁZAR (octubre de 1967)
전효준 번역
체Che
나는 형제가 있었습니다.Yo tuve un hermano.
우리는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그건 상관없습니다.
No nos vimos nunca pero no importaba.
내가 잠든 사이에Yo tuve un hermano
산야를 돌아다니던que iba por los montes
그런 형제가 나는 있었습니다.mientras yo dormía.
나는 내 방식을 그에게 원했습니다.Lo quise a mi modo,
나는 그의 목소리를 취했습니다.le tomé su voz
물처럼 자유로웠고libre como el agua,
잠시동안 나는 길을 걸었습니다.caminé de a ratos
그의 그림자 근처로요.cerca de su sombra.
우리는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No nos vimos nunca
그건 상관없습니다.pero no importaba,
내 형제는 깨어있었지요.mi hermano despierto
내가 잠이든 사이에mientras yo dormía,
내 형제는 나에게 보여주었지요.mi hermano mostrándome
밤의 저편에서detrás de la noche
선택된 자신의 별을.su estrella elegida.
만남에 관해 이야기 하려 한다.
남미문학세계에서 엄청 유명한 사람이라는 '훌리오 꼬르따사르'라는 소설가가 한번도 만나적이 없지만, 체게바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쓴 시라고 한다.
문병란 시인이 쓴 '직녀에게'가 생각난다.
"우리는 만나야한다."
딱 그 구절 하나가 이 두 편의 시를 만난 나의 느낌이다.
며칠 전 사촌오빠가 여행갔던 이야기를 물으면서 어느 항공루트로 갔었는지를 궁금해했었다.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를 경유했다는 말에 깜짝 놀라며 그리 돌아서 갔냐고...
그래서 말해줬지.
마이애미나 LA로 경유하는 시간과 겨우 3시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깜짝 놀라며 그것밖에 차이가 안 나? 그런다.
이 세상은 남반구와 북반구가 지구의 반씩을 고르게 차지하고 있는 거거든...
몰랐다.
우리와 같은 하늘을 머리에 두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정반대 방향에다 머리를 두고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들은
잘은 모르지만(이렇게 전제한다)
이 사람들은 우리가 겪은 식민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의 식민지시대를 겪고, 거대한 땅덩어리를 비틀며
사람과 땅이 모두 부서져 섞여버렸다.
지금도 아직은 완전히 나았다고 볼 수 없는 상태로 ...
우리는 그들이라는 이름으로 침략자를 가끔 째려보지만,
그들은, 내가 만난 그들은 완전히 부서지고, 깨지고, 바람에 섞이고, 비에 범벅이 되어
누가 누군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원주민과 백인, 백인과 흑인, 흑인과 원주민, 그리고 그것들만큼의 경우의 수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오대양 육대주가 다 들어가 있는 듯한 그 얼굴들.
그런 그들에게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단다.
독재...
6.70년대 남미는 온통 살아나고자 하는 힘으로 들썩였고,
그 때 체게바라도 있었고, 네루다도 있었다.
우리도 그때 그랬지.
지구의 반대편도 그랬단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몰랐다.
그들의 존재조차...
세계사 시간이 있었지만, 유럽의 작은 전쟁사까지 시대별로 우리의 국사와 병렬로 외웠었던 것이 기억나지만
남미라는 곳은 우리와 반대편에 있는 도시:부에노스 아이레스!
다 섞이고 만 이 마당에 지켜야 할 자존의 기준은 무엇일까?
의문스럽다.
우리는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한민족, 단군, 홍익인간...
혼돈.
그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여행을 하며 나처럼 아무 생각이 없는.. 함부로 주절거리는... 나에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체게바라나 네루다가 위대하다고 느껴졌던 이유는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섞여버린
그들의 기준을 찾아내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뭣도 뭣도 아닌
인간의 존엄성.
민족보다 우선한 것, 인간의 존엄성
피부색보다 우선한 것, 인간의 존엄성
그들이 싸워야 하는 대상은 신이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었을 그즈음에 가졌던 인간의 모습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 생각한다.
이제는 그들이 멀리서 지켰던 인간의 존엄성.
인간은 누구나 다 고르게 귀한 것이다.
난 누구보다 소중하다.
넌 누구보다 귀하다.
나도 너도 그렇게 소중히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라는 이름이다.
사람들은 가지에서/ 단단해진 꽃부리를 따모아/ 목련이나 석류처럼/ 손에서 손으로 건넸다.
그러자 갑자기, 꽃부리는 대지를 열고/ 별에 닿을 만큼 커졌다.
네루다가 아래의 '해방자'라는 시 가운데 말한 것이다.
눈물날만큼 ... 희망적이지 않는가? 인간에게... 그의 시를 읽으며 난 인간으로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은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가 날 보고 있는 듯...
그를 만나서 행복하다.
그의 방에 들어섰을 때 온 몸을 싸던 파이프 담배 향냄새, 그를 만나서 더욱 행복했다.
만났다.
해방자
파블로 네루다
여기 그 나무가 온다.
폭풍의 나무, 민중의 나무
나뭇잎이 수액을 타고 오르듯
영웅들은 대지로부터 솟구쳐 오르고,
바람은 무성한 나무숲에
부딪쳐 아우성친다.
빵의 씨앗이 또 다시
대지에 떨어질 때까지.
여기 그 나무가 온다. 알몸뚱이
주검을, 매질당해 상처투성이가 된 주검을
먹고 자란 나무.
창에 찔려 죽고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산산히 부서지고
도끼에 목이 잘린
말에 묶인 채 갈가리 찢기고
교회의 십자가에 못박힌
처참한 몰골의 주검을 먹고 자란 나무.
여기 그 나무가 온다, 뿌리가
살아 숨쉬는 나무
순교자들이 주검에서 초석을 뽑아내고
그 뿌리로 피를 마셨던 나무.
땅바닥에서 눈무을 빨아내
우듬지까지 끌어올리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 나누어주었던 나무.
보이지 않는 꽃이었고
때로는 땅 속에 묻힌 꽃이었으며,
또 어떤 때는 떠돌이별처럼
꽃잎을 밝게 비췄다.
사람들은 가지에서
단단해진 꽃부리를 따모아
목련이나 석류처럼
손에서 손으로 건넸다.
그러자 갑자기, 꽃부리는 대지를 열고
별에 닿을 만큼 커졌다.
이것은 해방된 자들의 나무다.
대지의 나무, 구름의 나무
빵의 나무, 화살의 나무
주먹의 나무, 불꽃의 나무다.
암울한 우리 시대의
격랑이 이 나무를 집어삼키려 날뛰지만
나무의 돛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가지들이 분노에
꺾여 다시 떨어지고
위협적인 재가
예전의 위엄을 뒤덮는다.
이렇게 모진 세월을 넘고
이렇게 고통에서 벗어났으며
마침내 은밀한 손이
무수한 팔들이
민중이, 부서진 쪼가리들을 지켜냈고
변치않는 줄기를 숨겼다.
민중의 입술은 뿌리와 함께
한 길을 가며, 사방으로
뻗치고, 흩뿌려진 거대한
나무의 잎이었다.
이것은 나무다. 민중의
나무, 해방된 모든
민중의 나무, 투쟁의 나무다.
그대여, 그 머리칼을 들여다보라.
새롭게 태어난 그 빛을 만져보라.
고동치는 그 열매가
매일매일 빛을 퍼뜨리는
공장에 손을 깊숙이 넣어보라.
그대의 손으로 이 대지를 높이 세워라.
이 찬란함에 동참하라.
그대의 빵과 그대의 사과를 움쳐잡아라.
그대의 가슴과 그대의 말(馬)을
그리고 국경을, 그 나뭇잎들의
경계를 지켜라.
그 꽃부리의 끝을 지켜라.
적의를 품은 밤을 함께 지새워라.
신새벽의 순환을 지켜라.
별이 쏟아지는 산정을 호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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