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를 위하여
이성복
지금, 나뭇잎 아하 반쯤 뒤집어지다 바로 눕는 지금에서
언젠가로 돌아누우며
지금, 물이었던 피가 물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지금 내게로
들어와 나를 벗으며
지금, 나 몰래 내 손톱을 밀고 있는 그대
손톱 끝에서 밀리는 공기의 저쪽 끝에서도 밀리는
그대, 내 목마름이거나 서글픔
가늘게 오르다가 얇게 깔리며 무섭게 타오르는 그대
나는 듣는다, 그대 벗은 어깨를 타고 흘러 떨어지는 빛다발의 환호
잔뜩 물 오른 그대의 속삭임
2
어디서 그대는 아름다운 깃털을 얻어 오는가
초록을 생각하면 초록이 몸에 감기는가
분홍을 생각하며 분홍이 몸에 감기는가
무엇이 그대 모가지를 감싸안으며 멋진 마후가가 되는가
날 때부터 이쁜 마음을 몸에 두른 그대는 행복하여라
행복한 부리로 아스팔트를 쪼며 행복한 발바닥으로 제 똥을 뭉개는 그대는
이즈음 시를 읽거나 쓸 때, 시란 행복없이 사는 훈련이라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그건 틀린 생각일 것이다.
시는 행복을 행복답게 노래하기도 해야 할 것이다.
불행에서 쾌감을 맛보는 우리 문학의 자장에서 벗어나는 인간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는 어떤 상황이 존재한다면 끝까지 추적하는 것이 성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by 황지우
난 처음 그가 한 말에 한 표를 던진다.
시란 행복없이 사는 훈련이라는 ....
행복에 둔감해지고 싶을 때 읽어내려가는 최면도구 같은 것이라는...것에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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