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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이성복] 라라를 위하여

by 발비(發飛) 2007. 10. 29.

라라를 위하여

 

이성복

 

지금, 나뭇잎 아하 반쯤 뒤집어지다 바로 눕는 지금에서

언젠가로 돌아누우며

지금, 물이었던 피가 물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지금 내게로

들어와 나를 벗으며

지금, 나 몰래 내 손톱을 밀고 있는 그대

손톱 끝에서 밀리는 공기의 저쪽 끝에서도 밀리는

 

그대, 내 목마름이거나 서글픔

가늘게 오르다가 얇게 깔리며 무섭게 타오르는 그대

나는 듣는다, 그대 벗은 어깨를 타고 흘러 떨어지는 빛다발의 환호

 

잔뜩 물 오른 그대의 속삭임

 

2

 

어디서 그대는 아름다운 깃털을 얻어 오는가

초록을 생각하면 초록이 몸에 감기는가

분홍을 생각하며 분홍이 몸에 감기는가

무엇이 그대 모가지를 감싸안으며 멋진 마후가가 되는가

 

날 때부터 이쁜 마음을 몸에 두른 그대는 행복하여라

행복한 부리로 아스팔트를 쪼며 행복한 발바닥으로 제 똥을 뭉개는 그대는

 

 

 

이즈음 시를 읽거나 쓸 때, 시란 행복없이 사는 훈련이라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그건 틀린 생각일 것이다.

시는 행복을 행복답게 노래하기도 해야 할 것이다.

불행에서 쾌감을 맛보는 우리 문학의 자장에서 벗어나는 인간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는 어떤 상황이 존재한다면 끝까지 추적하는 것이 성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by 황지우

 

 

난 처음 그가 한 말에 한 표를 던진다.

시란 행복없이 사는 훈련이라는 ....

행복에 둔감해지고 싶을 때 읽어내려가는 최면도구 같은 것이라는...것에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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