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여행 내내 동행한 책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여행 선생님과 같은 존재였다.
여행을 나서기 전,
여행에 대해서 꿈을 꾼다.
이 꿈은 주로 우리가 말하는 환상적인 꿈이 아니라, 평소에는 이루지 못할 희망을 이루기 위한 전단계로서의 꿈이다.
하지만
여행길에 나서 며칠이 지나다보면 꿈이라는 색이 바래어 현재의 삶과 다르지 않은 생활자로서의 여행이 되어버리게 된다.
여행은 꿈길이어야 하는 것인데,
꿈에서 보는 세상처럼 아름답고 경이로운 세상이어야 하는데,
생활이 되고보면 어떤 풍경을 만나더라도 심드렁해지게 된다.
'여행의 기술'은 여행자의 마음을 초심으로 돌려주는 힘을 가진 책이다.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
으로 각 장을 나누어 두고 여행을 하고자 하는 동기에 대한 분석부터 여행지를 대하는 진지한 마음 등을 철학자, 미술가, 건축가, 시인 등 선배 여행자라고 할 수 있는 길 안내자를 두어 여행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행보를 통해 우리의 여행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준다.
좀 피곤해서 '이번 여행지는 대충 건너뛰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때면 이 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또 여행지에 대하는 나의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 지 잘 모르겠을 때 이 책에서 길안내를 받았다.
거대한 소금사막을 만나거나 안데스의 거대한 민둥산맥을 만났을 때,
'어 이건 뭐지?' 하기보다는 이 책에서 찾은.... 숨겨진 한 줄.
'여행은 자신이 한 없이 사소하다는 것을 느낀 순간의 안도감을 준다.'는 그 말...
여행은 자신이 세상 속에서 한없이 사소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이 세상을 위해 뭔가 해야 할 것이 있다는 의무감에 시달리는
(이렇게 거대한 뜻이 아니더라도... 어려서부터 뭔가 해내야 한다는 그런 부담감)으로 부터 자유를 준다.
그리고 사소한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동시에 자유를 만나게 된다.
사소한 내가 좀 움직이면 어떤까?
사소한 내가 좀 원하는 대로 마구 움직인다고 세상이 뭐 달라지나?
뭐 그런 배포가 생긴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나 나름대로의 해석이 맞다면 나도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난 나 자신이 세상에서 아주 사소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자신감을 회복할 생각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동안 난 세상에 거대한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 할 수 있나? 아니, 그건 아니어도 내 행동이 나를 중심으로 한 우주를 완전히 뒤바꿀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기는 하다.)
또 하나
세상의 한 지점을 강조하는 것, 여행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모딜리아니가 여자의 기울어진 목을 강조하고
고흐가 밀밭에 부는 바람을 강조하고
르느와르가 여자의 등선을 강조하였다면
여행자는 수없이 디딘 여행자의 발밑 어느 곳을 강조하여 자신의 머리속에 저장한다. 혹은 일기장에 메모를 한다.
여행자는 자신의 얼굴 대신 내밀어도 될 만한 몇 몇 곳의 세상 풍경을 가지게 되고 그것은 그의 얼굴보다도 더 자신을 닮은 곳이 될 것이다.
난 이번 여행에서 어디 어디를 강조할 것인지 이미 정해 두었다.
그러므로 난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는 분명 '나'라는 인간이 선명해졌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여행의 기술이며 여행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
여행 내내 틈틈히 읽으려고 이미 읽은 책을 다시 가져간 나의 안목에 자뻑을 보내며...
하드 양장본이라 부피도 무게도 나에겐 부담이었지만,
내가 줄 친 몇 줄을 위해 여행지 어디엔가 두고 오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책장에 다시 꽂힌 이 책을 든든히 바라보며...
좋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이 책 아래 같이 두고 싶다.
헐렁한 셔츠에 트래이닝바지(함께 한 일행은 나더러 넝마패션이라고 했다)에 배낭을 깔고 앉는 것을 좋아한다.
일생에 몇 번 가지지 못할 시간이면서 가장 나로서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사람이 한 일에 사람이 감동한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급하게 새로운 책 한 권을 다시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알랭 드 보통' 이 쓴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이 아닌 사랑에 관한 그의 정리를 듣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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