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준비-
어제는 아침 일찍 국립의료원에 가서 볼리비아 입국을 위한 황열병예방주사를 맞았고,
동대문 벼룩시장에 가서 후레쉬를 하나 샀고,
그 앞 밀리오레에 가서 미국가시는 엄마 아버지에게 들려보낼 조카의 빵모자를 샀고,
여행사를 잠깐 들려 홍콩경유를 할 수 있는 스탑오버 비행기의 일정을 수정해서 비행기표를 끊었고,
교보에 들러 홍콩 마카오 100배를 샀지.
그리고 교보에서 여행을 같이 했던 준용이를 만났다.
-그의 여행-
신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 이야기인즉,
준용이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같이 여행한 동생이라며 잠깐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었던 친구가 책을 냈단다.
준용이는 동생책이니까 인세도 올릴겸 내게 선물도 할겸 이라며 홍익문고에 들어가 '지구별 사진관'을 내밀었다.
몇 장을 넘기지 않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주 즐거운 웃음 말이지.
그래 그랬지. 하면서 그 곳을 아는 사람이면 그렇게 생각하며 웃을 것이고,
정말 그럴까, 하면서 그 곳을 모르는 사람이면 아름다운 꿈을 꾸며 웃을 것이다.
난 몇 장을 읽으면서 참 간만에 책을 읽으면서 웃었다.
내가 생각컨데 아주 해맑게...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닮았다.
1년 6개월간 여행을 했다.
화두는 자기 자신이라고 했고, 화두를 푸는 실마리는 스티브 맥커리라 한다.
사실 이 자신을 화두로 삼은 여행이 밝고 맑고 행복하고 ... 뭐 그런 것과는 멀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을 화두로 삼는다는 것은 적어도 내겐 어둠에 가깝지,
그래서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을런지도...무참하게 깨어졌다.
자신을 화두로 삼으면서도 그는 밝고 맑고 건강하게... 그것의 전이에 성공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한달음에 다 읽었다.
밝고 맑고 건강하게 ...
그리고 여행법을 배운다.
밝고 맑고 건강한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해... 배운다.
만약 지금 스산한 회색 겨울날 같은 마음이라면,
만약 지금 결코 움직일 수 없는 돌덩이가 발을 누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래서 언젠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통해서 젊은 피를 수혈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여행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낯선 곳을 안내해주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저 덤덤했었다.
그 길을 따라 가고 싶다고 가슴에서 콩닥거리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구별 사진관'은 참 오랜만에 그 길을 따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서였다.
그의 글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으로 파고 드는 것이 아니라
내 눈앞에 있는 것을 그 머리를 거치지 않고 손끝으로 전달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읽는 내내 편했다. 자연스러웠다.
간만에 기분좋은 독서를 했다.
그의 마음으로 길을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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