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여행서적은 어떤 것이 트랜드인지 시장조사차 나갔더랬습니다.
요즘 여행서적들은 보통사람들이 특정한 지역을 여행한 후에 쓴 것들이 대세였습니다.
무슨 공부를 하는 사람의 쿠바여행,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스페인여행.
또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의 아프리카여행.
우리처럼 보통사람의 눈으로 본 특별한 나라의 이야기들이 트랜드인 모양입니다.
서점에 쭈그리고 앉아 슬슬 책장을 넘기며 몇 권을 읽었는데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LOVE&FREE》(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차수연 옮김/ 동아시아 펴냄 / 2002)
일본에서 1년 반만에 10만 부가 팔렸답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난 지금에도 비소설 부문 베스트 목록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뭐 단지 그 이유만으로 이 책을 사들고 온 것은 아닙니다.
그 중의 한 권이 ‘러브 앤 프리’라고 일본의 랩퍼이자 시인이자 뭐 그런 이력을 가진 사람의 주절거림과 같은 여행서.
이 책은 사실 사진처리가 대부분인 여행서 사이에 낯설게 작은 판형과 촌스럽게 반짝거리는 표지 때문에 눈에 띄었습니다.
내용은 마치 이병률시인의 ‘끌림’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편집상태나 내용이나... 너무 비슷했다는, 사진이 흑백이라는 것 빼고는.
아무튼 개성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커다란 꽃
느리게 살고 싶다구? 눈치볼 것 없이 넉넉하게 살아 봐
방황하고 싶다구? 질릴 때까지 거리를 헤매 봐.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구? 납득할 때까지 네 자신을 들여다 봐
눈치만 보다가 초라해지기만 할 뿐
‘인생;’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시간
인생, 한 가지만 이루면 되잖아
언젠가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단 한 번, 단 한 순간이라도
목숨 걸고, 커다란 꽃, 피워봐.
그리고 한 권 더
《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김동진 글 그림 비온후 펴냄)
도시공학을 전공한 눈으로 일본을 다녀온 여행서입니다.
일본도시들의 이야기를 '건물', '마을', '항구', '길'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서 도시공학적으로 접근해 들어갔습니다.
아주 정성이 많이 들어간 책임을 한 눈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감정선을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라
미리 공부하고 떠나고 가서 공부하면서 떠다니고 돌아와서는 복습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 건물
첫 번째 이야기- 맥주공장/ 맥주공장도 아름답다
두 번째 이야기- 방적공장/ 호텔에서 만난 방적공장
세 번째 이야기- 창고/ 창고에서 희망을 보다
2. 마을
네 번째 이야기- 광산마을/ 끊어질 듯 이어지는 광산마을
다섯 번째 이야기- 누에마을/ 한마음으로 지켜온 누에마을
여섯 번째 이야기- 여관마을/ 짙은 삼나무 숲 속 여관마을
3. 항구
일곱 번째 이야기- 운하/ 러브레터가 날아든 운하의 도시
여덟 번째 이야기- 항만/ 역사에 열려있는 항만
아홉 번째 이야기- 작은 항구/ 지혜로 바다를 안는다
4. 길
열 번째 이야기- 역사길/ 역사를 만나러 길을 걷는다
열한 번째 이야기- 언덕길/ 언덕길에 남겨진 역사의 여백
열두 번째 이야기- 전차길/ 도시의 기억을 지닌 전차길
두 권의 책은 성격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것은 우리가 여행을 다니는 목적과도 같은 것입니다.
영혼이 쉬고 싶어서 가는 것이기도 하고, 혹은 나를 한 단계 업시키기 위해서도 떠나기도 하는 딱 두 가지의 여행 목적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있지요.
결과적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두 가지의 다른 목적을 가지고 떠난 여행이지만,
두가지가 함께 내게 온다는 것 말이지요.
두 사람 모두 영혼도 쉬었을 것이며 개인적인 능력도 한 업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간만에 간 서점 나들이에서 목적은 서점 시장조사 차였지만,
몇 권의 책을 읽고 맘 깊이 뿌듯함과 함께 책들의 외장이나 내용들을 보고 왔으니
옛날과 같은 목적으로 서점 여행을 떠났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가지가 모두 내 가슴으로 안착했음을 느끼는 나른한 오후입니다.
그저 두 책을 만난 것이 반가워 다다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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